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16일 자신이 올해 11월 대선에서 승리하지 못할 경우 “미국 전체가 ‘피바다(bloodbath)’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날 오하이오주(州) 반달리아 데이턴 국제공항 밖에서 진행한 연설에서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생산되는 자동차에 대해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하며 이같이 밝혔다.

러스트 벨트(rust belt·제조업 쇠퇴 지역) 가운데 하나인 오하이오의 블루칼라(생산직 노동자) 백인 남성 유권자들을 겨냥, 자신이 재집권하지 않을 경우 미국 자동차 산업, 나아가 미국 전체가 쇠퇴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러스트 벨트의 블루칼라 백인 남성은 트럼프의 대선 구호인 ‘매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에 열광하는 트럼프의 주요 지지층이다. 그는 또 “이번 선거에서 우리(공화당)가 이기지 못하면, 이 나라(미국)에서 다시는 선거를 치르지 못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이를 두고 민주당은 “또다시 대선 불복을 시사하는 발언”이라며 반발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캠페인 대변인 제임스 싱어는 트럼프의 ‘피바다’ 발언 직후 성명을 내고 “트럼프는 지난 2021년 1·6 연방의사당 난입 사건이 재발하길 원한다”며 “트럼프는 정치적 폭력에 대한 위협을 호소하는 정치적 패자”라고 했다. 트럼프는 바이든이 승리한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한 트럼프의 열성 지지자들이 의사당에서 난동을 부린 1·6 의회 난입 사건을 선동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올해 초에도 정치적 반대 세력을 ‘해충(vermin)’ 등으로 비유했던 트럼프가 이날도 극단적인 표현을 동원하자, 바이든을 대선 후보로 내세운 민주당 진영이 트럼프의 ‘막말 논란’을 쟁점화할 전망이라고 미 언론들은 보도했다. 트럼프는 이날 불법 이민자들에 대해선 “그들을 ‘사람’이라고 불러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며 “내 생각에 그들은 사람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일부 이민자들을 “동물들(animals)”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유세 때는 “이민자들이 우리나라의 피를 오염시키고 있다”고 했었다. 1기 집권 당시 강경한 이민 정책을 추진했던 트럼프는 백악관에 재입성할 경우 국경을 폐쇄하고 미등록 이주자들을 전면 추방하겠다고 예고해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6일 오하이오주 반달리아에서 야외 유세를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