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료품 비용이 너무 비싸요. 자고 일어나면 가격이 올라있습니다.”
수리공으로 일하다가 최근 은퇴한 74세의 아르투로 워싱턴씨는 텍사스주(州) 엘파소의 한 전당포에서 자신의 일렉트릭 기타를 맡기기 전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날 “350달러가 급히 필요하다”며 전당포를 찾았다. 흥정 끝에 현금 235불을 받은 그는 “경제적으로 막막할 땐 물건을 여기에 맡기고 현금을 받아간다. 이게 내가 생계를 유지하는 방법”이라고 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미국 경제가 강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경제 정책 성과’를 앞세우지만, 서민들의 체감 경기는 여전히 바닥이라고 USA투데이가 25일 보도했다. 지난 2년간 가파른 인플레이션으로 서민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 증거는 바로 ‘전당포 재고’다. 현금이 급하게 필요한 서민들이 앞다퉈 전당포를 찾아 물건을 맡기면서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물건을 되찾기 위해 돈을 갚은 비율은 줄면서 미 전역의 전당포 재고는 급증하고 있다.
신용카드나 은행 계좌가 없는 사람들에게 전당포는 일종의 ‘비상금’과 같은 역할을 한다. 전당포 주인은 물건을 담보로 고객에게 돈을 빌려주고, 대출 기간 동안 고객이 대출금과 이자, 수수료 등을 갚을 때까지 상품을 보관한다. 대출 기한은 일반적으로 30~90일 정도이지만 돈을 빌려간 고객들이 물건을 되찾으러 오는 경우가 최근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고 한다.
미 전국전당포협회 대변인 로라 와실레스키는 USA투데이에 “지난 2년간 전당포 대출 잔액이 전국적으로 증가했다”며 “생활비 증가, 신용 대출 부족, 단기적인 긴급 상황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미국 내 530개의 전당포를 소유하고 있는 ‘이지코프’는 최근 실적 보고서에서 미국 내 매장의 재고가 8% 증가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미국의 약 600만 가구(전체의 4.5%)는 은행 계좌가 아예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대부분은 계좌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 잔액 요건(100~300불 정도)을 충족하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이 매체는 전했다.
USA투데이는 “전당포 재고가 쌓인다는 건 미국 저소득층에게 여전히 힘든 시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신호”라며 “일자리 증가와 임금 상승, 실업률 하락 등의 경제 지표에도 불구하고 고(高)물가는 수많은 미국 가정에 타격을 주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