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한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경쟁했던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25일 플로리다주 청소년들의 소셜미디어 이용을 상당 부분 제한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지난 1월 공화당 경선 중 사퇴했던 그는 2달 만에 미 정치권과 업계가 주시하고 있는 민감한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미 전역의 이목을 끌었다. AP는 “여태 미국에서 나온 관련 법률 중 가장 강력한 ‘미성년자 소셜 미디어 접속 금지 조치’”라고 평가했다.
이날 플로리다주 상하원의 공화·민주당이 초당적으로 통과시킨 직후 디샌티스가 서명한 이 법안은 14세 미만 청소년은 소셜미디어 계정을 만드는 걸 금지하고, 15~16세는 부모 허가를 받아야 소셜미디어를 이용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특정 소셜미디어 서비스가 미성년자에게 해를 끼친다고 판단할 경우 주법원이 ‘부모 동의’ 조항을 아예 폐기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법원 판단에 따라 15~16세라도 특정 소셜미디어엔 접속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 법안은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이번 법안은 소셜미디어의 해악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려는 법안들 중 강력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그간 다른 미국 주들은 18세 미만 사용자에게 중독성 있는 알고리즘 기반 게시물을 노출하는 것을 금지하거나, 자정 이후엔 미성년자 기기에 알림을 보내지 못하도록 하는 정도의 조치를 검토해왔다. 그러나 특정 연령 이하 미성년자의 소셜미디어 이용 자체를 막는 건 이례적이란 평가다.
이번 법안은 공화당 주하원의장 폴 레너의 최우선 입법 과제였다. 공화당이 추진한 과제였지만 플로리다주 상하원 민주당 의원들도 이 법안에 압도적으로 찬성했다. 동성애나 총기 소유, 불법 이민 처리 등 사안을 두고 매번 이견을 보였던 양당이 소셜미디어의 악영향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해야 한다는 법안엔 초당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앞서 이달 초 디샌티스는 폴 레너 의장의 초기 법안에 대해 “위헌 가능성이 있다”며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했었다. 레너 의장이 발의한 초기 법안은 16세 미만의 모든 미성년자가 소셜미디어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디샌티스가 법안의 취지를 부정한 게 아니었다. 변호사 출신인 그는 메타, 틱톡 등 미 거대 소셜미디어 기업들의 소송을 의식해 “위헌 판결이 나지 않도록 법안을 더 엄정히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디샌티스는 레너와 수차례 검토를 거친 끝에 타협안을 만들어냈고 주 의회의 압도적인 찬성을 통해 법안을 발효시켰다.
미 정치 매체 폴리티코는 “이 법안을 통과시킨 플로리다 주의원들은 미성년자 소셜미디어 이용 제한 법안이 청소년들의 왕따, 우울증, 사회적 압력, 심지어 자살 등 미 전역의 어린이들을 괴롭히는 심각한 문제를 억제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주장한다”며 “이들은 이 법이 인신매매, 잠재적 학대 및 온라인에서 직면하는 기타 위험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고 했다.
이 법을 두고 거대 소셜미디어 빅 테크들은 잇따라 위헌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이번 법안이 미국 수정헌법 제1조에서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조처라고 주장할 전망이라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그러나 디샌티스는 이날 법안을 사인하면서 “법적 도전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법안은 특정 소셜미디어를 금지하는 게 아니라 화면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면 영상이 끝없이 펼쳐지는 ‘무한 스크롤링(infinite scrolling)’, 푸시 알람과 같은 ‘중독성’ 기능을 겨냥한 조치인만큼 표현의 조치를 제한한다고 보기 힘들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