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서린 타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오른쪽)와 정인교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달 15일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29일 공개한 ‘2024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에서 우리 국회에 계류 중인 망 사용료 관련 법안들에 대해 “반(反)경쟁적”이라고 했다. 재작년과 작년에 이어 3년 연속 문제 제기를 한 것이다.

USTR은 이날 공개된 보고서의 한국 관련 부분에서 “2021년부터 외국 콘텐츠 제공업체들이 한국의 인터넷서비스 공급자(ISP)에게 망 사용료를 내도록 하는 법안이 다수 발의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부 한국 ISP는 그 자체가 콘텐츠 업체이기 때문에 미국 콘텐츠 업체들이 지불하는 망 사용료가 한국의 경쟁자들에게 이익을 줄 수 있다”며 “한국의 콘텐츠 산업을 해치면서 한국의 3대 ISP 사업자들(KT·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의 독과점 체제를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경쟁적일 수 있다”고 했다.

망 사용료는 넷플릭스와 같은 콘텐츠 사업자(CP)가 ISP의 망을 이용해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내는 대가를 말한다. 많은 가입자들이 인터넷망을 이용하는만큼 외국 CP들도 대가를 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들이 반발하면서 소송전으로까지 비화했다. “통신 사업자가 이미 이용자에게 요금을 받으면서 콘텐츠 사업자한테까지 망 이용료를 청구하는 건 부당한 이중과금”이라는 게 넷플릭스 등이 주장하는 논리다. 국회에선 망 사용료 문제와 관련한 법안이 다수 발의됐지만 이번 회기에선 처리가 난망한 상황이다. USTR은 작년과 재작년 보고서에서도 이와 유사한 문제 제기를 했는데 이는 넷플릭스 등 자국 기업의 이익 보호를 위한 측면이 크다.

USTR은 이밖에 블루베리·사과·자몽 등 미국산 농산물의 시장 접근 개선도 주요 현안으로 거론했다. USTR은 “미국은 한국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이들 제품의 허가 절차를 신속하게 처리해줄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