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2월 24일 메릴랜드주 내셔널하버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나는 선거 캠페인을 중단합니다. 내가 보낸 비밀스런 메모를 읽어보세요.”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일 지지자들에게 위와 같이 적힌 문자 메시지와 이메일을 보냈다. 하지만 이는 4월 1일 만우절을 맞아 캠프에서 낸 ‘가짜 뉴스’인 것으로 곧바로 판명이 났다. 트럼프가 보낸 글을 읽다보면 “내가 정말 캠페인을 그만둘 줄 알았냐” “즐거운 만우절을 보내라”는 문구가 나온다. 트럼프는 처음 대선을 치른 지난 2016년 만우절에도 “올해 대선에 출마하지 않고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힐러리 클린턴(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에 투표할 것”이라 했는데 이런 농담이 반복된 것이다.

미국 정치권에선 만우절을 맞아 정치인을 비롯한 유명인들이 우스꽝스런 거짓말을 하는 게 미덕처럼 여겨진다.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 앞서 “바이든이 공무원 정치적 중립을 규정한 해치법(Hatch Act)을 철폐할 것”이라고 했는데 반응이 시원치않자 “만우절입니다”라고 했다. 어릴 적 정육점 기계에 손가락이 잘렸다는 민주당 소속 존 테스터 상원의원은 다섯 손가락이 온전한 합성 사진을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올리며 “드디어 자라서 돌아왔군”이라고 했다. 테슬라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는 자신이 ‘과도한 PC(정치적 올바름)’이라며 비판해온 디즈니에 “최고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책임자로 합류하게 됐다”며 “밥 아이거(CEO)와 함께 더 깨어있는(WOKE) 컨텐츠를 만들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설레다”고 했다.

트럼프는 이날 한동안 잠잠했던 지역 일정을 재개했다. 1일 대표적 경합주인 미시간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바이든 정부가) 감옥, 정신병원에서 온 테러리스트, 마약상 수백만 명이 미국으로 오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오염되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는 최근 이민자를 ‘더러운 피’로 묘사해 여야 가리지 않고 지탄을 받았는데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바이든의 실정(失政)으로 꼽히는 ‘불법 이민’ 문제를 부각하는 모습이다. 이날 AP통신이 공개한 3월 여론조사를 보면 상당수 흑인·히스패닉 유권자를 포함한 미국 국민의 3분의 2가 바이든의 국경 안보 문제 대응 방식에 비판적인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