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22일 미국 앨라배마주 프랫빌의 시계탑 뒤편으로 달이 뜬 모습. /연합뉴스

미국 백악관은 항공우주국(NASA)에 오는 2026년까지 달과 다른 천체의 시간대를 연계하기 위해 통일된 ‘달 표준시’를 만들라고 지시했다고 로이터가 2일 보도했다. 세계가 달 탐사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우주 자원 개발과 통신 동기화 등을 위한 표준 시간 마련에 나선 것이다.

로이터는 이날 백악관 과학기술정책국(OSTP)의 메모를 인용해 백악관이 NASA에 현행 세계 표준시인 ‘협정세계시(UTC)’에 빗댄 ‘협정 달시(LTC)’를 만들라고 했다고 전했다. LTC는 극도의 정밀성이 필요한 달 탐사선과 인공위성 등에 시간 기준을 제공하게 될 전망이다.

현재 우주 시간은 편의상 로켓이나 탐사선을 보낸 국가의 표준시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각국 탐사선들이 경쟁적으로 달 주변을 돌거나 우주 기지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충돌 등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시간차 때문에 달과 지구 사이의 교신이 원활하지 않거나 데이터 오류가 생길 수도 있다. OSTP의 수석 책임자인 아라티 프라바카르는 메모에서 “달에서 지구의 시계를 보면 그 시계는 하루 평균 58.7마이크로초(μs·100만 분의 1초)씩 느리게 가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중력이 약한 곳일수록 시간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흐른다. 달의 중력은 지구의 6분의 1 정도다. 미 공영방송 NPR은 이를 “달에 사는 우주인은 하루에 58.7μs씩 나이를 더 먹는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지구의 위성인 달뿐 아니라 화성 등 태양계의 다른 행성도 지구와 비교해 시간 흐름이 다르다. OSTP 관계자는 “천체마다 시간이 가는 방식이 조금씩 다른 만큼 이를 아우를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고 했다. OSTP는 LTC를 만들기 위해 전자기파의 진동 수를 세 시간을 측정하는 원자시계를 달 표면에 배치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LTC를 만들기 위해선 종전 국제기구 및 미국 주도의 ‘아르테미스 프로그램’ 등을 통한 국제적 합의가 필요할 전망”이라고도 했다. 지속 가능한 달 방문 실현을 위해 36국이 참여하고 있는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 중국·러시아 등은 참여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