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태어난 이들 나무는 지난 110년간 매년 (미국 워싱턴 DC에) 봄이 왔음을 알리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전용 차량인 '비스트'에 탑승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모습. /바이든 엑스 캡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10일 미 백악관에서 열린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환영식에서 ‘벚꽃’을 매개로 양국 우의를 과시했다. 일본은 1912년 미 수도 워싱턴 DC로 벚나무 3020그루를 선물했었다. 기시다는 “이 지역에 심은 왕벚나무의 수명은 60년으로 알려졌지만, 벚나무를 보호하는 사람들의 노력 덕분에 100년 넘게 시들지 않고 아름답게 꽃을 피우는 강한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바이든은 이날 오전 10시 질 바이든 여사와 함께 백악관 앞마당 사우스론에서 기시다 부부를 맞았다. 남색 정장을 입고 선글라스를 낀 바이든은 미·일 양국 국기를 단 차량에서 기시다 총리가 내리자 밝은 표정으로 악수했다. 바이든은 이날 벚꽃을 먼저 언급하고 “한 세기 이전에 일본이 선물한 벚나무 3000그루 덕분에 매년 봄 워싱턴 전역에 벚꽃이 피어난다”며 “이 멋진 벚꽃을 보기 위해 미국 및 전 세계 사람들이 여행을 온다”고 했다. 이어 “우리의 우정처럼 이 나무들은 영원히 영감을 주고 번성할 것”이라고 했다. 기시다는 “벚나무는 일본과 미국 간 우정의 상징”이라며 “일본과 미국 동맹의 벚꽃 같은 유대는 계속 자라고 강해질 것”이라고 화답했다.

기시다는 이날 낮 커트 캠벨 국무부 부장관 등과 벚꽃 나무가 몰려 있는 워싱턴 DC의 인공 저수지 ‘타이들 베이슨’을 방문하고 미국 건국 250주년(2026년)을 기념해 워싱턴 DC에 벚나무 250그루를 기증하는 행사에 참석했다. 바이든은 전날 X(옛 트위터)에 기시다와 함께 미국 대통령 전용차인 ‘비스트’(Beast)에 함께 타 찍은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질 바이든 여사와 4월 10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공식 국빈 만찬에 앞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환영하고 있다. 로이터 뉴스1

이날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국빈 만찬은 일본을 상징하는 벚꽃과 비단잉어, 부채 등으로 꾸며졌다. 테이블엔 유리와 비단으로 만든 나비가 올라와 있었다. 바이든 여사는 “나비의 비행(飛行)은 양국이 변화의 바람 속 길을 찾아가는 과정에 평화·번영의 파트너로 함께한다는 것을 상기시킨다”고 했다. 백악관은 “만찬에서 일본이 1912년 선물한 워싱턴의 벚나무를 조명하며 양국 우정과 파트너십의 밝은 미래를 조망한다”고 했다. 바이든은 이날 만찬에 미국의 전설적인 포크 듀오 ‘사이먼 앤드 가펑클’의 폴 사이먼과 일본의 인기 밴드인 ‘요아소비’를 초대했다. 바이든 여사와 기시다는 사이먼의 팬이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기시다는 이날 영어로 건배사를 하고 “‘태평양은 미·일을 갈라 놓지 않고, 오히려 우리를 단합시킨다’고 60년 전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이 말했다. 내가 좋아하는 말”이라고 했다. 그는 “미·일 관계를 더 높은 수준으로 격상해 미래 세대에게 넘겨주는 여정을 (이제) 시작한다”며 “(미국 TV 시리즈) ‘스타트렉’의 대사로 마무리하겠다. 당신들 모두 누구도 가보지 못한 곳으로 대담하게 가시길 바란다”고 했다.

기시다 발언에 앞서 바이든은 “우리 두 사람은 우정을 쌓기 위해 내린 선택과 치유를 위해 했던 힘든 일들을 기억한다”며 “오늘 밤, 우리 계속 그 길을 가길 맹세한다”고 했다. 이날 만찬 주 요리는 차조기 잎 튀김을 곁들인 연어, 립아이 스테이크였고, 말차 가나슈와 체리 아이스크림을 얹은 피스타치오 케이크가 디저트로 나왔다. 이날 만찬엔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 미 유명 배우 로버트 드니로,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미국 대형 은행 JP모건체이스 제이미 다이먼 회장,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창업자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