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은 16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무역대표부(USTR)에 중국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3배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중국의 조선·해운 산업에서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고, 멕시코에 대표단을 파견해 중국 기업들의 관세 회피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철강 산업이 주력인 이른바 ‘러스트 벨트(rust belt·제조업 쇠퇴 지역)’ 노동자들의 ‘표심’에 호소하기 위해 ‘중국 때리기’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모습이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집권 시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60% 이상의 관세율을 적용할 수 있다”며 중국과의 ‘무역 전쟁’을 예고한 상태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이날 화상 브리핑을 통해 “펜실베이니아에서 나고 자란 바이든은 미국산 철강이 이 나라를 세웠고, 중산층에 좋은 일자리와 공동체를 가져다줬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철강은 미국 경제의 척추이자 국가 안보의 기반”이라며 이같은 계획을 밝혔다. 핵심은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한 보복’을 규정한 무역법 301조를 활용해 현행 7.5%인 중국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3배 수준인 22.5%까지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현재 USTR이 중국에 대한 301조 적용 여부를 검토해 마무리 단계에 있는데 결과에 따라 대통령의 이번 요구가 고려될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중국의 조선·해운 산업에서의 불공정 관행에 대해서도 조사하기로 했다. 앞서 미국철강노조(USW) 등 5개 노조가 정부에 조사를 요구하는 청원을 넣었는데 “과잉 생산 등 중국의 공격적인 시장 왜곡 행위에 맞서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바이든은 멕시코에도 정부 대표단을 보내 중국 기업들의 관세 회피 문제를 논의하라고 지시했다. 미국·멕시코·캐나다 3국은 2020년 무역협정(USMCA)을 새로 체결했으며,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물건은 별도의 관세를 적용 받는다. 이 때문에 많은 중국 기업들이 저율 관세를 적용 받으려 멕시코에 생산 시설을 두고 있는데, 이런 ‘우회로’를 손볼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백악관은 세계 4위 철강사인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계획에 대해 이날 “US스틸은 100년 이상 미국의 가장 상징적인 회사였고 앞으로도 미국인이 소유하고 미국인에 의해 운영될 것이란 점을 분명히 할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은 지난 10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 때도 “미국 노동자를 상대로 한 약속을 지키겠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런 행보는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경합주이자 철강 산업이 주력인 미시간·펜실베니아 등의 노동자 표심에 호소하기 위한 측면이 크다. 바이든은 17일에도 피츠버그를 방문해 철강 노동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다만 정부 고위 당국자는 “대선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이고 과잉 생산으로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아진 중국산 제품과의 공정한 경쟁을 위한 것”이라며 “관세 인상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없다”고 했다.
🌎조선일보 국제부가 픽한 글로벌 이슈!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39
🌎국제퀴즈 풀고 선물도 받으세요! ☞ https://www.chosun.com/members-event/?mec=n_qui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