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국회의장이 17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 조지워싱턴대 한국학연구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미국을 방문 중인 김진표 국회의장은 17일 “대만해협에서 항행(航行)의 자유, 영공의 자유가 확실히 보장되는 것은 한국이나 인도·태평양 국가들 이해관계와 직결돼 있다”고 했다. 이어 “많은 나라들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하지만 대만과 중국의 평화로운 관계를 전제해서 얘기하는 것”이라며 “만일 중국이 대만을 무력으로 정복하거나 그런 시도를 하면 굉장히 큰 위험을 중국 스스로 감당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김 의장은 이날 오전 미 워싱턴DC에 있는 조지워싱턴대 한국한연구소에서 대담을 가졌다. 중국의 대만 침공 시 한국의 대응을 묻는 질문에 “대만 해협은 세계 화물 운송량의 45%가 통과하는 중요한 경제 요충지에 있고, 한국 수출 물량의 70%가 대만 해협을 통과해야 한다”며 “한국과 인도·태평양 국가들의 이해관계와 직결돼 있다”고 했다. 김 의장은 “한미동맹과 미 인도·태평양사령부가 모든 가능성을 고려해 평소 대비책을 만들어야 한다 생각하고, 실제로 관련된 국가 간 군사 훈련과 연습이 다양한 경로로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이는 한국이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문제에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야권 주류의 시각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이 대표는 선거 캠페인 기간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비판하며 “왜 중국에 집적 거리느냐” “(중국에) 그냥 셰셰(謝謝·고맙다), 대만에도 셰셰 이러면 되지”라고 했다. 미 조야(朝野)에선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 일부가 투입될 가능성은 물론 ‘한국도 선택권이 없다’는 시각이 많고, 최근 열린 몇 차례 정상회담에선 한미가 “대만해협에서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는 뜻을 같이했다. 김 의장은 “위험을 감당하고 잘못된 판단으로 공격적 행위를 할 수 있는 상대에게는 아주 강하고 연합된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했다.

한미가 지난해 확장억제(핵우산)를 업그레이드하는 ‘워싱턴 선언’을 발표하고 핵협의그룹(NCG)을 출범시킨 가운데, 김 의장은 “우리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확고하게 믿는다”며 “집단적 노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군사 훈련, 첨단 전략자산의 전진 배치 등을 통해 어떤 방법으로도 북한이 대한민국에 무력으로 이길 수 없다는 것을 확실히 각인시켜주는 게 첫 번째 과제”라며 “그래야 북한이 진정성을 갖고 협상의 장에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