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없어서 유독 긴 한 해였어. 무사히 돌아와줘서 너무 고마워.”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탈락한 니키 헤일리(52)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20일 X(옛 트위터)에 군복을 입은 배우자 마이클 헤일리(54)의 품에 와락 안기는 사진을 올렸다. 이 사진은 올라온 지 12시간 만에 약 40만 명이 봤다. 마이클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방위군 육군 소령으로, 지난해 6월 아프리카 사령부가 관할하는 지부티로 파병됐다. 1년여 근무를 마치고 무사히 복귀한 그를 온 가족이 총출동해 맞이했다.
헤일리는 지난해부터 올해 3월까지 계속된 대선 경선을 배우자 없이 치렀다. 하지만 1만3000km 떨어져 있는 마이클과 수시로 연락하며 ‘외조’를 받았다고 한다. 헤일리의 측근들은 언론에 “마이클은 니키가 뒤에서 기댈 수 있는 바위 같은 존재”라며 “중요한 문제가 있을 때마다 함께 상의했다”고 전했다. 마이클은 입양아 출신으로 대학생 때 헤일리와 만나 1996년 결혼했다. 헤일리의 권유로 이름을 ‘빌’에서 마이클로 바꿨다. 인도계 미국인 2세로 시크교를 믿었던 니키는 남편을 따라 기독교로 개종했다. 두 사람은 슬하에 딸 레나(26)와 아들 네일린(23)을 두고 있다.
마이클은 지난 2월 아내의 공화당 대선 경선 상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격으로 대선의 중심에 섰다. 트럼프가 “남편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나?” “자리에 없다”고 공격하면서 논란이 벌어진 것이다. 당시 본인을 바짝 추격하던 2위 주자 헤일리가 눈엣가시였던 트럼프가 배우자를 거론한 것인데, 군인에 대한 예우가 각별한 미국에서 참전용사를 조롱한 것으로 해석돼 파장이 적지 않았다. 조 바이든 대통령까지 “트럼프는 우리 군인들을 호구로 생각한다”며 헤일리 부부를 비호할 정도였다. 헤일리는 유세 도중 눈물을 흘리며 “마이클은 이 나라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아프리카에 간 것”이라며 “싸우다 죽어도 가치가 있는 나라가 미국이기 때문에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했다.
마이클은 헤일리가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로 재직하던 2013년에도 ‘퍼스트 젠틀맨’으로 아프가니스탄 파병을 자원했다. 파병식 당시 부부가 껴안고 입맞춤하는 사진이 큰 화제가 되면서, 헤일리가 전국구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한편 지난달 대선 경선 하차 이후 외부 활동이 없던 헤일리는 최근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허드슨연구소의 ‘월터 스턴 석좌’로 새 둥지를 틀었다. 헤일리는 “정책 입안자들이 적을 비판하지 못하고 동맹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면 세상은 안전할 수 없다”며 “미국을 가장 위대한 국가로 만든 원칙을 수호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워싱턴 정가에선 헤일리가 2028년에도 대선에 재도전할 것이란 시각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