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미국 시카고에 시작해 한때 ‘편의점의 미래’라 각광받던 고급 편의점 체인 폭스트롯(Foxtrot)이 23일 “미국 내 33개 지점을 폐쇄한다”고 밝혔다. 폭스트롯은 2021년 워싱턴DC에 진출한 후 3년 만에 지점을 10개까지 늘리며 정부·로펌·로비회사 등 이 지역 종사자들이 가장 애용한 ‘코너숍(corner shop·길 모퉁이의 가게)’ 중 하나였다. 그런데 아무런 예고 없이 당일 폐점을 통보하며 근무자들이 순식간에 실직자가 된 것은 물론 적립금 등을 사용하지 못한 소비자들이 ‘멘탈 붕괴’가 된 모습이다.
23일 오후 찾은 패러것 광장 인근 폭스트롯 점포는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백악관에서 지척이고 로펌·로비회사들이 즐비한 K스트리트에 인접한 이 곳은 평일 점심이면 타코, 샌드위치 등 간단한 식사 거리와 커피를 픽업하려던 직장인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폭스트롯은 2021년 3월 대학가인 조지타운 지역에 워싱턴 첫 지점을 개설했다. 상대적으로 고소득자인 로펌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볼멘 소리가 나왔지만, 깔끔한 매장에서 지역에 특화된 로컬 상품 등을 판매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로스터리 커피, 수제 맥주, 와인, 빵 등 좋은 품질의 중고가 상품을 엄선한 ‘큐레이션’이 핵심 경쟁력이었다. 3년도 되지 않아 지점이 10개까지 늘었는데 지역 언론들이 주기적으로 각 지점의 영업 시간과 인기있는 상품 등을 선별해 보도할 정도였다.
그런데 폭스트롯 측은 이날 오후 12시30분쯤 돌연 트위터 공식 계정에서 “여러 수단을 모색했지만 더 이상 사업을 지속할 길이 없다”며 “우리의 충성스런 소비자들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 죄송하고 또 감사하다”고 했다. 오전부터 폐점 소식에 관한 언론 보도가 나오자 이를 몇시간 만에 확인한건데 그 사이 시내 지점들에선 혼선이 빚어졌다. 일부 지점에선 폐점 소식을 먼저 접한 폭스트롯 직원 출신들이 “수백 달러 적립금을 소진하겠다”며 물건들을 ‘싹쓸이’해가는 일이 벌어졌고, 점원들이 무료로 커피 등 음료를 나눠준다는 사실이 알려져 줄이 길게 늘어선 곳들도 있다고 한다.
특히 가게에서 시급 16달러(약 2만2000원) 정도를 받으며 일하던 직원들은 인터넷을 보고 폐점 소식을 접해 충격이 배가됐다. 한 직원이 “우리는 방금 퇴사 당했어요”란 글과 함께 마지막 라테를 만드는 동영상을 모바일 플랫폼인 ‘틱톡’에 올렸는데 하루 만에 200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여기에는 “정말 미친 짓이다” “2주 전 통보(two-weeks notice)도 아니고 2시간 전 통보라니 잔인하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폭스트롯의 공식 발표가 있은지 불과 2시간이 지난 이날 오후 2시쯤 대부분의 지점이 문을 닫고 ‘영업을 종료하게됐다’는 문구를 내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