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배스천 고카(Sebastian Gorka·54) 전 백악관 부보좌관 겸 전략가는 22일 본지 전화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해 주한미군을 감축한다는 건 허튼 소리”라며 “한반도에서 긴장이 고조되면 미국은 70년 전 한국의 자유를 위해 피를 흘렸던 것처럼 또 한국을 도울 것”이라고 했다. “한국은 성공한 나라고 미국이 모든 걸 해주길 바라서는 안 된다”면서도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 비하면 공정한 분담을 하고 있다는 게 트럼프 진영의 대체적인 인식”이라고 했다. 그는 “트럼프는 고립주의자가 아니다. 과도한 공포에서 벗어나라”고도 했다.
고카는 트럼프 1기 백악관 전략가 출신 스티븐 배넌, 폭스뉴스 간판이었던 터커 칼슨 등과 더불어 미국 보수 진영의 대표적인 이데올로그이자 스피커 중 한 명이다. 트럼프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백악관에서 대통령 부보좌관 겸 전략가로 일했다. 트럼프가 최근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 행사에서 “지난 8년 동안 나에게 가장 충성스러웠던(loyal) 사람”이라 말한 측근이기도 하다. 고카가 2019년부터 진행하는 팟캐스트 ‘아메리카 퍼스트’에 트럼프가 최근까지 일곱 차례 출연했다. 그는 “최근 몇달 동안 트럼프와 수차례 만나 얘기를 나눴다”고 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 “한국, 나토 회원국보다 더 공정한 분담하고 있어”
- 트럼프는 동맹의 ‘공정한 분담’을 강조한다. 방위비, 무역 적자 등에 있어 불만이 많은 것 같다.
“지난 40~50년 동안 미국의 소위 ‘엘리트’라고 하는 사람들이 미국 노동자들의 이익을 위해 일하지 않았다. 이에 대한 배신감이 트럼프가 표방하는 ‘아메리카 퍼스트’에 대한 열광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동맹국들이 지금보다 더 할 수 있다고 본다. 한국은 성공한 나라고, 미국이 모든 걸 해주길 바라서는 안 된다. 다만 한국이 방위비 분담 등에 있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 보다는 훨씬 태도가 나은 것 같다.”
- 트럼프 재집권시 불확실성에 관한 우려가 상당하다.
“아시아와 유럽에서 그런 질문을 무수히 많이 받는데 그럴때마다 그 ‘무지(無知)’에 놀라곤 한다. 마치 트럼프 정부 때 사람이 살지 않았던 것처럼 얘기하는데 트럼프 재임 중 유일하게 새로운 전쟁을 벌이지 않았다. 미국은 나토에서 탈퇴하지 않았고, 오히려 회원국의 3분의 1이 드디어 자기 몫의 방위비를 부담해 나토 공약을 준수하게 만들었다. 미·북 정상회담 때 내가 싱가포르에 있었다. 그때 세계는 더 안전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집권하고 아프가니스탄에서 굴복했고, 블라디미르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고, 중국 함대와 전투기들이 위협적인 행동을 한다. 이른바 ‘불확실성’에 대한 온갖 얘기들은 트럼프 재선을 바라지 않는 바이든과 좌파 진영의 공포 조장(fear-mongering)에 불과하다.”
- 트럼프와 그 주변 사람들은 한국이란 나라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
“한국은 북한의 사악한(evil) 정권에 맞서는데 중요한 나라지만 솔직히 말해서 지금 한반도 방위가 미국의 최우선순위는 아니다. 우크라이나와 중동의 전쟁을 마무리하고, 중국의 군사적 부상을 제어하고, 국경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법 이민’ 문제를 해결하는게 미국 입장에선 더 급하다. 한국은 공산주의 적을 잘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정보 역량과 전자전 등에 더 투자하기를 권유한다. 적은 돈을 들여 한반도의 ‘게임 체인저’를 만들 수 있다.” (대만해협 유사시 한국의 개입을 요청할 것인가는 질문에는 “트럼프가 집권하면 인도·태평양이 훨씬 더 안전할 것이라고만 답하겠다”고 했다.)
◇ “트럼프는 고립주의자 아냐… 주한미군 철수 없어”
- 우크라이나 지원을 둘러싼 공화당 내 이견이 상당했다. ‘2기 트럼프 정부’는 한반도 유사시 한국을 지원할 것인가.
“1950년 6·25 전쟁이 발발했을 때 미국 군인들이 가서 피를 흘리고 목숨을 바쳤다. 지난 70년 동안 그랬는데 ‘왜 우리가 멈추겠냐’라고 묻고 싶다. 많은 이들이 트럼프의 외교·안보 정책을 궁금해한다. ‘이보다 더 좋은 친구도 없고, 이보다 더 최악인 적도 없다(No better friend, No worse enemy)’는 해병대 경구를 인용하겠다. 동맹은 한없이 지지하겠지만 (북한 같은) 적국엔 가차 없을 것이란 얘기다. 트럼프가 돌아오면 한국은 더 안전할 것이고, 북한은 두려움에 떨게 될 것이다.”
- 일부 인사들은 트럼프가 주한미군을 철수·감축을 고려할 수 있다고 시사했는데.
“트럼프 주변에 아무도 그런 얘기를 진지하게 하는 사람은 없다. 누가 그런 얘기를 하나? 이름을 대보라. 그런 사람들은 보수 진영의 일부에 불과하고, 공화당 내 아무런 영향력이 없다. 트럼프 2기 정부에서 그들의 자리는 없다고 보면 된다. ‘아메리카 퍼스트’는 결코 미국이 혼자 되겠다는 얘기가 아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트럼프는 고립주의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점을 분명히 이해해야 한다.” (주한미군 규모는 미 국방수권법이 2만8500명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철수하려면 의회 승인이 필요하다.)
- 트럼프는 김정은과 다시 만날까.
“당연히 그럴 것이다. 김정은과 만나 ‘한국을 위협하지 말아야 하고, 미국 리더십의 복원이 북한에도 유익한’한국을 위협하지 말아야 하고, 미국 리더십의 복원이 북한에도 유익하다’는 것을 이해시키려 할 것이다. 트럼프가 집권하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등) 모든 것이 가능하다.”
- 트럼프 1기 때 가장 아쉬운 점은 뭐고 2기 때 추진해야할 제1의 과제는.
“미국의 리더십을 복원해 국제 정세를 안정시키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1기 때를 반추해보면 백악관 안에도 ‘아메리카 퍼스트’ 어젠다에 반대하는 관료들이 상당히 많았다. 존 켈리 비서실장, 마크 밀리 합참의장 등은 거의 매일 같이 대통령을 사보타주(sabotage)했다.” (이같은 문제 의식 아래 보수 진영에선 트럼프 재집권에 대비한 수천~수만 정부 관료 육성 계획이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과 보수파트너십인스티튜트 등을 중심으로 몇년 전부터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