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어떤 일이 있어도 (적과 싸우기 위해) 자리를 지켰습니다. 1950년 11월 그 추운 날, 부하들과 조국을 위해 그곳에 있었습니다. 미국은 이 용사를 위해 드디어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있게 됐습니다.”(마이크 존슨 미국 하원의장)
지난달 8일 9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미국의 6·25 참전 용사 고(故) 랠프 퍼켓 주니어 예비역 육군 대령의 조문 행사가 같은 달 29일 미 워싱턴 DC 연방 의사당에서 열렸다. 6·25 전쟁 당시인 1950년 11월 25일 당시 퍼켓 주니어 중위는 청천강 일대 205고지에서 전진하다 중공군의 박격포 및 기관총 기습을 받았다. 그는 부대원들이 적을 공격할 수 있도록 세 번이나 자신의 위치를 교란용으로 노출시켰고, 결국 수백명의 중공군 공격을 물리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수류탄 파편이 왼쪽 허벅지에 박히는 부상을 입었지만, 구조를 거부하고 전투를 지휘했다.
2021년 문재인 당시 대통령의 미국 방문 때 그는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미국 최고 무공훈장인 명예훈장을 받았다. 작년 4월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미 동맹 70주년 기념 오찬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우리나라 최고 무공훈장인 태극무공훈장을 받기도 했다.
한국과 미국에서 모두 최고 무공훈장을 받은 그의 추모 행사에는 공화당 소속인 매코널 원내대표, 민주당 소속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와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이 나란히 자리에 앉아 고인을 추모했다. 당이 서로 다른 존슨과 제프리스, 매코널과 클로버샤가 각각 조를 맞춰 고인의 유해에 고개 숙여 묵념했다. 의회 관계자는 “조국을 위해 싸운 영웅에겐 진영이 없음을 보여주기 위한 차원”이라고 했다.
존슨은 이날 연설에서 “우리 모두는 미국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신성한 전당에서 그의 삶과 희생을 기리며 퍼켓 대령과 그의 가족을 위해 함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했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마크 밀리 전 합참의장 등 수뇌부를 포함한 군 관계자 200여 명도 행사가 진행되는 30분간 자리를 지켰다.
이날 행사는 의사당 내부 중앙에 있는 2층 높이의 반구형 ‘로툰다홀’에서 열렸다. 국가에 큰 공을 세운 인사들의 유해를 안치하고 조문하는 곳이다.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 등의 유해가 이곳에서 조문을 받았다. 미 연방 의사당에서 조문 행사가 거행된 6·25 참전 용사는 고인이 처음이다. 고인의 유해도 연방 의사당에 안치됐다. 그의 유해를 연방 의사당에 안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결의안이 여야 의원들의 초당적 협조로 통과된 결과다.
이날 행사에서 한국계 군인이 추모 노래를 불러 눈길을 끌었다. 미 육군 군악대 ‘퍼싱즈 오운’(Pershing’s Own) 소속 에스더 강 하사는 이날 존슨과 매코널의 추모사가 끝난 뒤 군악대 연주에 맞춰 찬송가 ‘저 장미꽃 위에 이슬’(In the Garden)을 불렀다.
이날 워싱턴DC의 ‘한국전 참전 용사 기념비’에서 한국전참전기념비재단(KWVMF) 주최로 열린 퍼켓 주니어 대령 추모 행사에도 공화당 소속 조니 언스트 상원의원, 민주당 소속 샌퍼드 비숍 하원의원, 조셉 라이언 미 육군 소장 등이 참석해 고인을 추모했다. 1926년생인 퍼켓 주니어 대령은 1943년 이등병으로 입대했다가 2년 뒤 제대하고 육군사관학교에 입학했다. 1948년 소위로 임관했고, 6·25 전쟁에는 1950년 8월 26일부터 11월 26일까지 참전했다. 이후 그는 1967년 베트남전에 참전해 1년쯤 101공수부대에서 활약했고, 1971년 전역했다고 백악관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