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군인들이 5월 5일 이스라엘 남부 가자지구 국경 근처에서 탱크 포문을 청소하고 있다./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이스라엘에 보내려던 미국산 탄약의 선적을 보류했다고 미국 매체 악시오스가 5일 보도했다. 작년 10월 7일 이슬람 무장단체 하마스의 선제공격으로 시작된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미국이 이스라엘에 무기 지원을 중단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을 향해 이스라엘에 무기 등 군사 지원을 중단하라는 압박이 안팎에서 거세지고 있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이다.

악시오스는 이스라엘 관리들을 인용해 지난주부터 미국의 탄약 지원이 중단됐다며 “(탄약 지원 중단은) 이스라엘 정부 내부에서 심각한 우려를 불러 일으켰고 소속 관리들은 선적이 보류 된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고 했다.

앞서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일하는 변호사 20여명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는 보도도 나왔었다. 이스라엘군에 포위된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무차별 폭격으로 민간인 희생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간인은 물론 구호 단체에 대한 공격, 학교와 병원에 대한 폭격 등도 국제 인도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이들은 바이든 행정부에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으로 이스라엘이 무기수출통제법과 외국 군대에 대한 미국 정부의 지원을 금지하는 레이히 법 등 미국법, 민간인에 대한 공격을 금지하는 국제법인 제네바협약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고 미 폴리티코는 전했다.

국제앰네스티도 “이스라엘군이 합동직격탄(JDAM)과 소구경 정밀유도폭탄(SDB) 등 미국산 무기를 사용해 불법 공격을 하거나 민간인의 목숨을 빼앗았으며, 이는 잠재적인 전쟁 범죄로 조사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따라 지난 2월 미 행정부는 이스라엘에 미국산 무기가 국제법을 준수하는 범위에서 사용되고 있는 지 보증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미국이 무기 지원을 중단한 배경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라파 침공을 억제하기 위한 차원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 정부는 그간 대규모 민간인 사상자가 나올 수 있다며 가자지구 피난민 140만 명가량이 몰린 라파 지상전에 대해 반대해왔지만, 네타냐후는 라파 침공 의지를 굽히지 않았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왼쪽)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작년 10월 12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회담을 마친 후 언론을 상대로 성명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 1일 네타냐후를 직접 만나 “라파에 대한 ‘미국의 분명한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국무부는 밝혔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는 블링컨 장관에게 “우리는 휴전 합의에도 관심이 있지만 하마스를 소탕하겠다는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며 라파 침공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에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4일 “바이든 행정부가 라파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방식이 가자 전쟁에 대한 미국의 정책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재차 경고에 나섰다. 미국의 무기 지원 중단도 이런 미 정부의 경고와 맞닿아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