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4일 반도체와 전기차 등 핵심 산업 관련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을 발표한 뒤 “중국은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부정행위(cheating)를 하고 있다”며 ‘중국 때리기’에 나섰다. 중국과 무역 분쟁을 벌이는 바이든 행정부는 이날 중국산(産) 전기차·철강·배터리 등 여러 품목에 대해 관세를 일제히 올리기로 했다.
바이든은 이날 백악관 연설에서 대중국 관세 부과 조치에 대해 “공정한 경쟁을 하면 미국의 근로자들이 승리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는 지난 2018년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한 보복’을 규정한 무역법 301조를 활용해 3000억달러(약 411조원)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대해 바이든은 2020년 대선 당시엔 “(과도한 관세 부과로) 미국 소비자에 대한 세금이 낭비된다”고 비판했었다.
그러나 이날 바이든은 “우리는 중국 제품이 우리 시장에 넘쳐남으로써 미국 자동차 회사들이 공정하게 경쟁하지 못하게 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며 알루미늄, 태양광 전지 등 품목에서 중국 정부의 거액 보조금 제공 문제를 거론했다. 중국의 불공정 행위로 인한 미국 기업과 노동자들의 손해를 막기 위해 불가피하게 관세를 부과할 수 밖에 없다는 취지였다.
바이든은 이어 자신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화하면서 ‘왜 중국을 부당하게 대우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한 뒤 “당신이 원한다면 (중국이 외국 기업에 적용하는 것과) 동일한 규칙을 적용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중국에서 사업하길 원하면 중국 측 기업(합작 파트너)이 51%의 지분을 가져야 하고, 해당 외국기업의 모든 지적 재산에 대해 접근을 허용해야 한다”며 “당신은 미국에서 이렇게(부당 대우) 되고 싶느냐고 했더니 (시 주석이) 침묵했다”고 했다.
바이든은 “내 전임자(트럼프)는 미국의 수출 증가와 제조업 강화를 약속했지만 어떤 것도 이루지 못했다”고도 했다. 트럼프는 모든 수입품에 10% 보편 관세를 도입하고 중국에 대한 관세율은 60%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최근 밝혔다. 이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전날 사전 브리핑에서 “우리는 불공정 무역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국가의 모든 수입품에 가격을 인상하는 무차별적인 10% 관세를 적용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이날도 바이든은 트럼프 진영에서 대선 공약으로 거론하는 보편적 관세가 적용되면 미국인의 연간 가계지출이 평균 1500달러(약 205만원)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관세 정책은 “전략적이고, 표적화된, 스마트한 접근 방식”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 등 친민주당 매체들도 “사실상 바이든이 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식의 ‘무차별 관세 정책’을 수용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앞서 백악관은 이날 오전 25~100%에 달하는 대중(對中) ‘초강력 관세’를 당초 예상됐던 전기차·철강 외에도 레거시(구형) 반도체, 태양광 전지, 주요 광물, 크레인, 의료 제품 등 전 산업 분야로 확장한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