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14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한 바를 찾아 기타를 연주하고 있다./유튜브

“(우크라이나) 군대는 자유 우크라이나 뿐만 아니라 자유 세계를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자유 세계도 여러분과 함께합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14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바르만 딕탯' 바에서 현지 밴드 '19.99'와 함께 캐나다 출신 가수 '닐 영'의 1989년 히트곡 '록킹 인 더 프리 월드'(Rockin' in the Free World)을 연주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14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한 바에 나타났다. 검은 셔츠와 청바지 차림이었다. 이날 그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난 뒤 키이우의 라이브바 ‘바르만 딕탯’(Barman Dictat)을 찾아 예고 없이 기타 공연을 펼쳤다. 기타 연주와 함께 노래도 함께 부르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이날 현지 우크라이나 밴드 ‘19.99′의 공연 도중 기타를 잡고 무대에 올랐다. 밴드 리더로부터 ‘우크라이나의 위대한 친구’라고 소개를 받은 블링컨은 “지금이 정말, 정말 어려운 시기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여러분의 군인들과 시민들, 특히 (러시아군이 공세를 가하고 있는) 북동부의 하르키우 시민들은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그들은 미국이 여러분과 함께하고 있으며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여러분과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우리가 뭔가 해볼 수 있을까, 우리가 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두고 보자”고 했다.

그리고는 닐 영의 1989년 발표곡 ‘록킹 인 더 프리 월드’(Rockin’ in the Free World)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가 노래도 하자 바를 찾은 손님들은 일제히 환호했다.

14일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토니 블링컨(오른쪽) 미국 국무부 장관이 키이우의 한 바에서 깜짝 공연을 펼쳤다. 사진은 블링컨 장관이 바에 앉아있는 모습. /AFP 연합뉴스

이 곡은 베를린 장벽이 붕괴하기 직전에 발표돼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곡이다. 뉴욕타임스는 “서구 민주주의가 러시아 권위주의 세력과 중요한 투쟁을 벌이고 있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핵심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해 이 곡이 선택됐다”고 했다. 지난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세에서 이 음악을 썼다가 동의 없이 음악을 썼다며 고소당하기도 했다.

이날 블링컨 장관은 폴란드에서 야간열차를 타고 키이우에 도착했다. 그의 이번 방문은 미국 하원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610억 달러(약 83조 원) 규모의 재정 지원안을 통과시킨 지 약 3주 만에 이뤄졌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난 블링컨 장관은 “시간이 지나면서 우크라이나는 경제적·군사적·민주주의적으로 홀로서기가 가능해질 것으로 믿고 있다”고 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 장관이 작년 11월 ‘글로벌 음악 외교 이니셔티브’ 출범식 행사장에서 기타를 치며 ‘후치 쿠치 맨’을 부르고 있다. /AFP 연합뉴스

블링컨의 ‘로큰롤’ 사랑은 유별나다. 2021년 잡지 ‘롤링 스톤’과 인터뷰에서 “내 인생을 관통하는 큰 줄기는 아마 음악”이라고 했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 록 밴드 비틀스의 ‘어 하드 데이스 나이트’를 연주하는 것을 들은 이후 로큰롤에 빠졌다. 젊은 시절 밴드 활동을 했던 그는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에 ‘에이블링컨(Ablinken)’이란 이름으로 ‘립 서비스’ ‘페이션스’ ‘위드아웃 야’ 등 3곡을 발표했다. 국무부는 그의 곡을 추천하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수시로 올리고 있다.

그는 작년 11월 27일 워싱턴 DC 국무부에서 열린 ‘글로벌 음악 외교 이니셔티브’ 출범식 행사장에서도 기타를 연주하며 블루스 대가 머디 워터스의 ‘후치 쿠치 맨(Hoochie Choochie Man)’을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모두가 블링컨 장관의 ‘로큰롤 사랑’을 곱게 보지는 않는다. 보수 성향의 미 폭스뉴스는 최근 블링컨 장관의 노래를 홍보한 국무부에 대해 “기이한 플레이리스트 홍보로 조롱당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공화당에서도 “전쟁이라는 심각한 상황을 두고 노래가 말이 되느냐”는 비판도 종종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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