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미국 메릴랜드주 나사(NASA) 고다드우주센터에서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이 악수를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우주 개발과 산업 육성의 컨트롤 역할을 할 우주항공청(KASA) 개청을 앞두고 16일 미국 워싱턴DC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한미 우주 협력 세미나가 열렸다. 우주 협력은 ‘글로벌·포괄적 전략 동맹’으로의 도약을 천명한 한미 모두 주목하고 있는 분야다. 7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미 항공우주국(NASA) 관계자들은 “우주 미션에선 종종 실수를 저지르는 시행착오가 있는데 임무의 모든 과정을 배우는 과정으로 만들어라”고 조언했다.


◇ NASA 차세대 망원경 사업, 외국 기관은 천문연 유일

17일 미 워싱턴DC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한미우주협력 세미나에서 존 위니에브스키 NASA 스피어엑스 미션 부총괄(왼쪽에서 두번째)이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행사에는 조현동 주미대사, 샌드라 코넬리 NASA 과학임무 담당 부청장보 등 한미 관계자 50여명이 참석했다. NASA와 2억4200만 달러(약 3280억원) 짜리 우주 관측용 차세대 우주망원경 ‘스피어엑스(SPHEREx)’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한국천문연구원의 양유진 광학천문본부장과 정웅섭 우주천문그룹장(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교수)이 나와 협력 현황을 소개하고 향후 협력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스피어엑스는 2억여 개 은하와 우리 은하 내부 1억여 개 천체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할 우주망원경으로 적외선 영상분광 탐사를 통한 3차원 우주지도 작성을 목표로 제작되고 있다. 영상분광기술을 통해 훨씬 넓어진 관측·파장 범위, 더 강력해진 해상도를 자랑한다. “영화의 역사가 흑백 영화에서 컬러 영화로 전환된 것 같다”는게 NASA 관계자의 설명이다. 얼음, 이산화탄소 등의 분포 지도를 작성해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행성계 탐사 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스피어엑스는 내년 2월 미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발사될 예정이다. 나사제트추진연구소(JPL), 캘리포니아 공대 등과 더불어 천문연이 외국 기관으로서는 유일하게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약 150억원의 예산을 들여 스피어엑스 성능 시험장비를 개발해 제공했고, 향후 데이터 분석 활동도 함께할 예정이다. 경남 함안 소재 중소기업 SAT가 장비를 제작했다. 존 위스니에브스키 스피어엑스 미션 부총괄은 “한국 측에서 미국 쪽에 부족한 많은 전문지식을 가져다줬고, 은하 중심에서 활동하는 활성 은하핵 같은 영역에서 미국에 없는 멋진 카탈로그를 개발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했다. 천문연 관계자는 “스피어엑스에서 수집된 정보가 우리 우주 연구 인력의 연구에도 유용하게 활용될 것”이라고 했다.


◇ 우주항공청 출범 임박… 韓美 우주협력 확대 기대

조현동 주미대사가 16일 미국 워싱턴DC 주한미국대사관에서 열린 한미 우주협력 세미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주미한국대사관

KASA는 ‘우주개발 선도국가’를 표방하는 윤석열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로 27일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차관급인 초대 청장에 윤영빈 서울대 항공우주학과 교수가 지명됐고 NASA 출신인 존 리 전 본부장이 연구개발(R&D)을 총괄하는데, 마침 누리호와 다누리 성공 이후 우주 비즈니스에 대한 열망이 뜨거워진 상황이다. 마크 클램핀 NASA 과학임무국장은 “우리가 나사에서 시도한 것은 미션에서 실패하면서 배움을 얻는 것”이라며 “새로운 임무를 수행할 때마다 이를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 생각한다. 자주 실수를 저지르기도 하지만 임무를 진행하는 과정을 배움의 과정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과정을 되돌아보고 점검하는 과정은 시간이 걸리지만 다음 임무에서 어떻게 해야할지 알려주는 길잡이가 된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국빈 방미 당시 한국 대통령으로는 최초로 메릴랜드주에 있는 NASA의 고다드 우주비행센터를 방문했다. 국가우주위원장으로 미국의 우주 정책을 총괄하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동행해 화제가 됐다.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한미우주포럼이 외교부와 미 국방부·인도태평양 우주군 등 15개 기관이 참여한 가운데 성황리에 개최되는 등 한미 간 협력의 폭도 넓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조현동 주미 대사는 이날 “NASA가 곧 출범하는 KASA의 좋은 롤모델이자 미래 협력의 카운터파트가 되어달라”며 “적극적인 파트너십을 통해 한미동맹의 영역이 지구를 넘어 우주로 확대·강화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