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소속 마저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 /AFP 연합뉴스

“당신의 가짜 속눈썹이 엉망인 것 같은데….”

17일 미국 하원 감독위원회에서 공화당 소속인 마저리 테일러 그린 의원이 민주당 소속 재스민 크로켓 의원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이날 양당은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로버트 허 특검의 조사 영상·오디오 파일 제출을 거부한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의 ‘의회 모독’ 결의안 처리를 놓고 충돌했는데, 감정 싸움이 인신 공격으로까지 번진 것이다. 같은 여성 의원의 외모를 지적하자 회의장 안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자당 의원이 공격을 받자 즉각 반격에 나선 건 민주당 소속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 의원이었다. “어떻게 감히 다른 사람의 외모를 공격할 수 있냐”며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그린 의원이 “당신은 지능이 부족하다”고 말하자 코르테즈 의원은 “아이고, 가엾은 애야(oh, baby girl)”라고 받아쳤다. 감독위원장인 제임스 코머 의원이 그린 의원에게 “(외모 관련) 발언을 철회하겠냐”며 중재에 나섰고, 그린 의원은 “제 말은 취소하겠지만 사과는 하지 않겠다”고 했다.

민주당 소속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 의원. /연합뉴스

이날 충돌한 코르테즈·그린 의원은 좌우 스펙트럼의 가장 끝에 있는 정치인들로 꼽힌다. 모두 이름의 앞글자를 따 코르테즈는 ‘AOC’, 그린은 ‘MTG’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뉴욕과 조지아주를 각각 지역구로 두고 있고, 선명성을 앞세워 양당의 강성 지지자들로부터 둘째 가라면 서러울 팬덤을 형성했다. 두 사람이 설전(舌戰)을 벌인 1분 안팎의 상임위 영상은 소셜미디어(SNS)에 광범위하게 퍼졌는데, CNN은 “가시돋친 말이 오가며 상임위가 혼란(chaos)에 빠져들었다”고 했다. 민주당 소속인 존 페터먼 상원의원은 X(옛 트위터)에서 “하원을 종종 ‘제리 스프링거 쇼’에 비유해왔는데 오늘 나는 그 쇼에 사과를 한다”고 했다. ‘제리 스프링거 쇼’는 1991년 시작해 2018년 7월 종영됐는데, 출연한 게스트들이 가족 문제를 얘기하고 간통이나 기타 범죄를 폭로하는 등 선정성·폭력성으로 많은 지탄을 받았다.

친(親)트럼프 성향인 그린 의원은 지난 3월 조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연설 당시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 적힌 빨간 모자를 쓰고 등장했고, 바이든 연설 도중 야유를 보냈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의 사전 제지에도 아랑곳하지 않아 의회의 관행을 깼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날 두 의원의 충돌 소식을 들은 존슨 의장은 언론에 “의회에 별로 좋은 모습이 아니다”라며 “왕성한 토론을 할 수 있지만 예의(decorum)를 갖추는 것이 중요한 원칙”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코르테즈 의원은 “양쪽에 다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얘기하는건 옳지 않다”고 반발했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