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테일러(왼쪽) 미국 육군 2사단장이 캘리포니아주 모하비 사막의 국립훈련센터에서 진행된 한미 연합 훈련 현장을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육군·연합뉴스

미국 육군에 ‘드론 군단’이 창설되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드론·무인 함정·로봇 등 첨단 무기도 대거 등장할 전망이다.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모의 훈련도 처음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 하원이 28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2025 회계연도(올해 10월부터 1년간) 국방수권법안(NDAA) 전문(全文)을 공개했다.

NDAA는 미국 국방 예산을 책정하기 위해 1961년 제정된 법안으로 해마다 새로 편성한다. 그해 미국이 당면한 주요 국방 과제를 제시하고, 필요 예산을 책정해 상·하원이 통과시키고 대통령의 서명으로 발효된다.

총 8837억달러(약 1200조원) 규모의 국방 예산안 중 눈에 띄는 부분은 중국을 겨냥해 드론·AI 부문 전력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법안은 중국군의 양적 우위를 상쇄하기 위해 수천 개의 저비용 무인 자율 무기 체계를 도입하는 ‘레플리케이터(Replicator)’ 구상을 구체화할 것을 요구했다. 이 구상은 18~24개월 동안 여러 영역에서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하는 드론, 무인 함정, 로봇 등을 다량 배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 육군 산하에 중소형 드론 운용에 특화된 ‘드론 군단’을 창설할 것도 요구했다.

법안은 아울러 법안 시행 180일 이내에 중국과의 무력 충돌 시 해양을 차단해 원유 수송을 막는 계획도 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해양 차단이 가능한 경로로는 중국과 주변 국가들의 분쟁 지역인 남중국해·동중국해·대만해협 등이 명시됐다.

북한의 미사일 위협 억지 역량을 평가하는 모의 훈련을 실시하는 내용도 올해 법안에 새로 포함됐다. 인도·태평양사령관이 역내 공격적인 적국의 위협, 미국·동맹국 군의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적어도 한 차례 도상 훈련 실시를 의무화하고 “중국 또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억제하기 위한 ‘방공 능력’ 평가를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심화되고 있는 러시아·중국·이란·북한 간 협력을 언급하며 12월까지 방위 협력 현황에 대한 브리핑을 하원에 제공할 것을 요구했다. 주한 미군 규모는 현 수준인 약 2만8500명으로 명시됐다.

법안은 또 미군의 만성적 병력 구인난을 해결하기 위해 모든 병력의 임금을 4.5% 인상하고 기본 생계비, 주거 수당 지급 대상도 지금보다 확대하기로 했다. 마이크 로저스 하원 군사위원장은 “어느 군인도 자녀를 키우는 데 있어 푸드 스탬프(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식료품 구입 비용 지원)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미국의 최신형 핵 추진 잠수함 모델인 ‘버지니아급’은 연간 2척씩 건조하던 관행을 깨고 1척만 요청하기로 했고, 스텔스 전투기인 F-35 역시 국방부가 요구한 것보다 10대 적은 58대를 조달하기로 했다. 이날 공개된 법안은 상원에서 별도로 만든 법안과 단일안으로 합친 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확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