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9일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유세 연설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러시아와 2년 넘게 전쟁을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수세에 몰린 가운데, 조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가 미국산 무기로 러시아 내부를 공격하는 것을 일부 허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30일 보도했다. 폴리티코는 이날 복수의 미 정부 당국자들과 소식통들을 인용해 “바이든이 우크라 북동부의 제2도시 하르키우 지역 근처에서만 러시아를 공격할 수 있는 권한을 조용히 부여했다”고 전했다.

미 정부 관계자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우크라이나가 하르키우 인근 국경에서의 공격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전쟁 발발 이후 우크라이나에 다양한 무기·포탄 지원을 했지만, 확전(擴戰)을 우려해 우크라이나가 자국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는 것은 자제시켜왔다. 이달 러시아가 하르키우 공습을 시작한 이후 볼리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비롯한 우크라이나 측이 ‘정책 변경’을 강하게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과 프랑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등 유럽의 지도자들도 최근 바이든에게 무기 사용 제한을 풀 것을 촉구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29일 “전장(戰場)의 상황 변화에 따라 미국 입장을 적응하고 조정할 것”이라며 러시아 내부 군사 표적 공격을 허용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폴리티코는 소식통을 인용해 “29일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국방장관 회담에서 루스템 우메로프 장관이 러시아에서 미국 무기를 사용하도록 강하게 밀어붙였고 입장 변경에 이르렀다”고 했다.

다만 미국이 허용한 공격 범위는 하르키우로 향하는 러시아 미사일, 우크라이나 영토를 향해 폭탄을 발사하는 러시아 폭격기, 공격을 위해 대기해있는 국경 근처의 군대 등에 국한된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러시아 내 장거리 공격을 허용하지 않는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고 했다. 우크라이나가 미국산 무기를 이용해 민간 기반 시설을 공격하거나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해 러시아 내부의 군사 목표물은 공격할 수 없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