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스타 조지 클루니(63)가 본인이 지지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배우자인 국제인권변호사 아말 클루니(46) 사이에서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전쟁범죄를 단죄하는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작년 10월부터 교전 중인 이스라엘 정부와 하마스(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단체) 지도부에 모두 체포 영장을 청구했는데, 바이든이 이에 비판적인 반면 배우자는 이를 지지하며 영장 청구에 힘을 보탰기 때문이다. 클루니가 바이든 재선을 위한 본격적인 역할을 앞두고 있던 터라 그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는 6일 3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클루니가 지난달 백악관 보좌관에게 전화를 걸어 ICC 조치에 대한 바이든의 비난에 항의했다”고 전했다. 앞서 카림 칸 ICC 수석 검사가 지난달 하마스 지도부와 함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에 대한 체포 영장을 청구한 것을 두고 바이든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책임이 동등하지 않다” “터무니없다”며 비판했는데, 클루니가 이를 문제 삼으며 화를 냈다는 것이다.
바이든의 입장은 ICC의 영장 청구 조력자로 나선 아말의 입장과 배치된다. 레바논계 영국인으로 국제인권법 전문 변호사로 활동해온 아말은 ICC 전문가 패널에 합류해 이스라엘과 하마스 지도부의 전쟁 범죄 협의와 관련한 증거 검토와 법적 분석에 참여했다. 아말은 ICC가 네타냐후 등에 대해 영장을 청구한 직후 “역사적인 조치를 지지한다”며 지지 입장을 밝혔다.
클루니는 ICC에 적대적인 미 정치권의 기류 때문에 아내가 제재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ICC 설립 근거인 로마 조약에 가입하지 않은 비회원국이다. 이 때문에 ICC의 관할권과 효력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지난 4일에는 ICC에 대한 제재 법안이 공화당이 다수인 하원에서 찬성 247, 반대 155로 통과됐다. 정부는 아직까지 “ICC에 대한 제재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제재 법안엔 여당인 민주당 의원들 상당수도 여기에 찬성하고 있어 정치적 상황에 따라 변수가 많다. 이에 따라 미국의 ICC 제재가 현실화할 경우 법률 패널로 참가한 아말도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바이든 측은 이번 사건이 클루니의 향후 행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클루니는 로버트 드니로와 더불어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진보 성향 배우로,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에 약 50만달러(약 6억8300만원)를 기부했고 700만달러 이상 모금에 앞장섰다. 이달 15일에도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대규모 선거 자금 모금 행사에 참석할 예정인데 여기에는 바이든을 비롯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배우 줄리아 로버츠, 방송인 지미 키멜 등도 얼굴을 비춘다. WP는 “클루니가 예정대로 참석할 것”이라면서도 “참석 여부를 놓고 일부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 전했다. 바이든은 종종 공식 석상에서 클루니를 ‘아말의 남편’이라 표현하며 그의 배우자를 치켜세웠는데, 이번 일로 바이든과 클루니 사이에 불편한 기류가 형성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