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전용사들로 구성된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들이 7일 낙하산 점프를 앞두고 C-47 스카이트레인기에 올라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마이크 왈츠 하원의원 X(옛 트위터)

극단적으로 대립 중인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의 하원 의원들이 제2차 세계대전 종전(終戰) 분수령이 된 노르망디 상륙작전 80주년을 맞아 7일 프랑스에서 ‘낙하산 점프’를 단행했다. 11월 미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양당의 정치적 분열이 심화하고 있지만, 자유주의 정신을 지켜낸 미국과 연합군을 기리고 참전 용사들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함께 낙하산을 멨다. 이 의원들은 “정치적 비난과 내분이 난무하는 시대에 의회 대표자들이 함께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은 단결할 때 최고’라는 사실을 기억하고자 한다”라고 결단의 취지를 밝혔다.

이날 낙하산 점프는 민주당 소속 제이슨 크로(45), 공화당 마이클 왈츠(50) 하원 의원이 주도했고, 총 아홉명이 참여했다. 모두 군인으로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했고 제대 후 의회에 진출한 ‘새로운 세대의 참전 용사’들이다. 프랑스를 방문한 이들은 80년 전 미군 낙하산 부대 소속 부대원들이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위해 이용한 비행기와 같은 ‘C-47 스카이 트레인’기에 올랐다. ‘C-47′은 여객기를 공군 수송기로 개조한 기종으로 2차 대전과 태평양 전쟁에서 두루 쓰였다. 이들은 낙하산을 메고 노르망디의 몽생미셸섬 상공에서 점프하고 2차 대전 참전 용사의 봉사와 희생 정신을 기리는 뜻을 담아 성조기를 펼쳤다. 의회에선 정쟁(政爭)에 빠졌던 의원들이었지만 이날은 탑승 전 서로 안전 장비를 챙겨주었고 착지 후엔 악수와 포옹을 하며 격려했다.

7일 노르망디 상륙작전 80주년을 맞아 '낙하산 점프'를 한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X(옛 트위터)

민주당 크로 의원은 노르망디 상륙작전 당시 핵심 역할을 했던 82비행사단과 빈 라덴(알카에다 지도자) 사살 작전에도 투입됐던 75레인저연대 모두에서 군 생활을 한 육군 특수부대원 출신이다. 그는 점프를 마친 뒤 “80년이란 시간을 초월해 (노르망디 상륙작전과) 같은 지역에서 이뤄진 오늘 낙하산 점프에 참여한 경험은 매우 각별했다”라며 “80년 전 ‘위대한 세대’처럼 사리사욕은 내려놓고, 공통된 명분과 목적 아래 모이고 단결할 때 미국은 가장 강하다”라고 했다. 역시 특수부대 출신인 왈츠 의원은 “몇 년 전만 해도 우리가 같은 탱크·군함·항공기 안에 있었다면 참전 용사로서, 또 미국인으로서 기꺼이 함께 죽으려 했을 것”이라며 “참전 용사를 기리고 그들의 희생과 영웅담이 영원히 살아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해병대 출신으로 참여한 리치 매코믹(66·공화당) 의원은 “한밤중에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상당수 (2차 대전) 참전 용사는 나이가 10대에 불과했고 제대로 된 장비도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 수백번 낙하를 해봤지만 이번에 가장 심혈을 기울였다”고 했다. 육군 출신으로, 이날 참석한 대럴 아이사(71·공화당) 의원은 2년 넘게 진행 중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언급하며 “폭정(暴政)과 맞서 싸우는 데 지체해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사람들이 얻기 바란다”고 했다.

2024년 6월 7일(현지시각) 프랑스 노르망디에서 열린 제80주년 D-Day 기념 낙하산 점프 행사에 참석한 왈츠 의원의 모습. /왈츠 인스타그램

많은 2차대전 참전 용사에게 올해 노르망디 상륙작전 기념 행사는 이번이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크다. 통상 5년마다 행사를 하는데 가장 젊은 참전 용사가 96세일 정도로 고령이라 세상을 뜨는 이가 많기 때문이다. 2차 대전 최고령 참전 용사는 107세다. 이런 이유로 미국의 의원들은 위험하다는 주변의 만류에도 낙하산 점프에 적극적으로 자원했다고 알려졌다. 코리 밀스(44·공화당) 의원은 프랑스 출국에 앞서 언론에 “우리는 준비가 다 끝났다”며 “발과 무릎을 모으고 산들바람을 맞으며 나아가자”라고 했다.

의원들은 지난 4월 플로리다주에서 한 차례 예행 연습도 했다. 안전에 대한 각 당 지도부의 우려가 컸다고 한다. 왈츠 의원은 “비행기·유니폼은 구식이고 장소도 역사적이지만 ‘낙하산만은 신제품’이라 말하며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존슨 하원 의장을 안심시켰다”고 했다. 공화당은 하원에서 불과 한 석 차이로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고 있어 지도부 입장에선 만일의 사고 가능성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기독교도인 존슨 의장이 의원들을 위해 추가로 기도했다”고 왈츠 의원은 전했다. 데릭 반 오든(55·공화당) 의원은 “어떤 일은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충분히 할 가치가 있다”며 “위대한 세대에 경의를 표하다 불의의 사고를 당해도 받아들이면 될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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