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그 버검 노스다코타주 주지사. /로이터·뉴스1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통령 후보 지명을 놓고 추측이 난무하고 있는 가운데, 뉴욕타임스(NYT)가 9일 “더그 버검(Doug Burgum·68) 노스다코타 주지사가 와일드 카드로 떠오르고 있다”며 “아마도 트럼프에 가장 안전한 옵션이 될 것”이라고 했다. 폴리티코·악시오스 등 정치 전문 매체들도 10여명 남짓한 부통령 후보군 중 버검이 가장 앞서간다 보고 있다. 트럼프가 버검의 펀드레이징(선거 자금 모금) 능력과 두둑한 지갑, 외양(外樣) 등을 높이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버검은 1956년생으로 노스다코타주에서 태어나 목장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소에 낙인을 찍고 굴뚝 청소부로도 일했는데, 그가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에 진학할 당시 이런 배경이 입학 관계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고 한다. NYT는 “버검은 괴짜(oddball) 성향도 있다”고 했는데, 노스다코다주립대(NDSU) 재학 시절 전공 수업 트랙을 따라가지 않고 친구들에게 ‘가장 열정적인 교수가 누구냐’고 물은 뒤 자신만의 커리큘럼을 구성해 대학 생활을 했다고 한다. 버검은 26살의 나이에 부친이 물려준 160에이커 짜리 농장을 담보로 25만 달러(약 3억4000만원) 대출을 받아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버검이 창업한 ‘그레이트 플레인스 소프트웨어’는 1997년 노스다코타주 기반 기업으로는 사상 처음 주식시장에 상장됐다. 4년 뒤 마이크로소프트(MS)에 11억 달러(약 1조5000억원)에 매각하는데 성공해 억만장자 반열에 올랐다. 버검은 스탠포드대 대학원 재학 시절 나중에 MS 최고경영자(CEO)가 되는 스티브 발머와 교류, 두 사람이 학기말 프로젝트도 같이 했다고 한다. NYT는 “돈 방석에 오른 동료들이 고급스런 차와 요트를 사들였지만 버검은 이런 전형을 거부하고 본인 소유 목장에 밥캣(Bobcat)사의 농기계를 구비하는데 돈을 펑펑 썼다”고 전했다.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왼쪽)가 2월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행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버검은 트럼프와 같은 백인 남성이고 나이도 60대 후반으로 결코 젊지 않다. 부통령은 대통령을 보완할 수 있는 성별·인종 구성으로 가져가는 것이 미국 정치의 통상 문법이다. NYT는 “버검의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전국 단위 검증도 제대로 받은 적도 없지만 다른 후보와 같은 이데올리기 투사는 아니다”라며 “트럼프가 이 중서부 출신의 사람 좋은 후보를 지명하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유권자 층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강성인 트럼프와 상호 보완을 이뤄 중도 표심을 공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버검은 과거 자신이 큰 돈을 벌어 노스다코타에 호텔을 지을 당시 “(지역에서) 가장 높은 건물보다 무조건 층수를 낮게 하라”고 지시하는 등 정무 감각도 겸비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버검은 2016년 대선 출마 당시 본인 캠페인에 1400만 달러(약 192억원)를 ‘셀프 기부’ 했을 정도로 재력이 상당하고, 고위 기부자를 상대로 하는 모금 능력도 뛰어나 트럼프가 이를 높이사고 있다. 올해 3월 버검이 트럼프의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에서 부부 동반 브런치를 가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의 부통령 후보 지명 가능성이 진지하게 다뤄지기 시작했다. 트럼프가 러닝 메이트의 ‘외모’를 중시하는 것도 공공연한 비밀인데 폴리티코는 “트럼프가 버검의 풍성한 머리 숱에 대해 칭찬한 적이 있다”고 했다. 다만 이른바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지지자들은 버검이 과거 “트럼프와 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2020년 대선 당시 바이든의 대선 승리를 인준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옹호한 것을 문제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