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왼쪽)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1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선거자금 모금 행사에 참석해 대화를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 로스앤젤레스(LA)에서 주최해 역대급 2800만 달러(약 389억원) 모금을 기록한 펀드레이징(선거자금 모금) 행사가 또 다른 뒷말을 낳고 있다. 바이든은 이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좌파 성향 TV쇼 호스트인 지미 키멀과 40분 동안 무대에 올라 대담을 가졌는데 퇴장 당시 출구를 찾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모습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지만 11월 대선에 가까워 질 수록 ‘바이든 2기’에 대한 유권자들의 우려와 걱정이 커지고 있다.

16일 X(옛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SNS)에는 바이든이 LA 행사에서 퇴장하는 모습이 담긴 1분 남짓한 영상이 급속도로 퍼졌다. 영상을 보면 퇴장 음악이 나오고 있음에도 바이든은 10초 동안 자리에 머물며 정적인 자세로 청중 쪽을 바라봤다. 바이든 오른쪽에 서 있던 오바마가 오른손을 흔들며 무대 뒷편으로 이동하려는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이후 오바마는 바이든에게 들어가자는 신호를 보냈고, 오른손을 바이든의 왼쪽 어깨 위에 올려 무대 뒷편으로 이동하기까지 약 15초를 함께 걸어갔다.

1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피콕씨어터에서 열린 펀드레이징 행사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맨 오른쪽)이 조 바이든 대통령(가운데)에 손을 내밀어 퇴장을 권유하고 있다. /X(옛 트위터)

오바마에 의해 이끌려가다시피 퇴장하는 바이든의 모습은 “대통령이 또 무대 위에서 얼음이 됐다”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영국의 언론인인 피어스 모건은 “너무 부끄러운 일”이라며 “민주당원들은 이런 모습을 계속 감당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미국의 억만장자 투자자인 헤지펀드 ‘퍼싱스퀘어’의 빌 애크먼은 42초짜리 영상을 공유하며 “81세의 바이든과 93세의 워런 버핏을 비교해보라”며 “이런 사람이 앞으로 5년 동안 ‘자유 세계’의 리더가 되어야 하냐”라고 했다. 그는 “이건 우리 나라가 필요로하는 힘과 리더십의 이미지가 아니다”라며 “미국의 약한 리더십은 국제 안보와 번영에 큰 위협이 될 것이다. 민주당이 ‘바이든 2기’를 추구하며 스스로를 파괴시키고 있다”고 했다. 논란이 커지자 앤드루 베이츠 백악관 부대변인은 “대통령이 박수치는 청중을 몇 초간 기다리는 것이 문제라도 되는 것처럼 만들었다”고 했다.

바이든은 공식 석상에서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듯한 모습을 종종 보여왔다. 불과 이틀 전 이탈리아 남부 파사노에서 열린 G7(7개국) 정상회의에서도 정상들이 공중에서 강하하는 군인의 스카이 다이빙 시범을 함께 지켜봤는데, 바이든 혼자 다른 방향으로 이탈하는 듯한 해프닝이 있었다. 바이든은 이를 본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의 안내를 받아 제자리로 돌아왔는데, 이후 바이든 측이 “영상이 인위적으로 편집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의구심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당시 자리에 있었던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배경 설명을 한 점도 일부 미국인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 부분이다. 지난 10일엔 백악관에서 열린 노예해방 기념 연방 공휴일 기념 콘서트에서 참석자들 대부분이 흑인 음악가의 연주에 맞춰 어깨춤을 추는 것과 달리 바이든만 가만히 서 있는 영상이 확산되기도 했다.

13일 이탈리아 남부 파사노에서 열린 G7(7개국) 정상회의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맨 오른쪽) 혼자 다른 곳을 보고 있다. /X(옛 트위터)

바이든은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달 ‘성추문 입막음 돈’ 사건에서 유죄 평결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주요 여론조사에서 뒤지고 있다. 현직 대통령으로서 수십 년 만에 가장 낮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고, 최근 발표된 뉴욕타임스(NYT)·시에나대 조사에선 트럼프가 경합주인 네바다·조지아주에서 바이든을 10% 포인트 이상 리드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6일 사설에서 “바이든은 여론조사 결과를 부정하지 말고 이를 인정해야 한다”며 “투표는 지극히 감정적이고 개인적인 행위고, 반드시 거시경제 지표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직감, 분위기에 의존해 여론조사 결과를 거부하는 것은 정치적 실책이 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