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추종하는 인플루언서 베니 존슨이 17일 X(옛 트위터)에 올린 미국 워싱턴DC의 연방대법원 주변 영상. /X(옛 트위터)

“연방 대법원 주변에 울타리가 설치됐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보수 성향의 인플루언서 베니 존슨은 17일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이런 글과 함께 짧은 영상을 올렸다.

존슨의 X 팔로어는 230만명이 넘고 유튜브 구독자도 207만명이나 된다. 그의 게시물은 소셜미디어(SNS)에 빠르게 번졌고, 대법원이 곧 중대한 판결 선고를 할 것이란 추측도 쏟아졌다. 2022년 대법원이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49년 만에 뒤집기 전에도 건물 주변엔 울타리가 들어섰기 때문이다.

현재 대법원은 트럼프의 2020년 대선 뒤집기 의혹과 관련, 대통령 면책특권 적용 여부를 심리 중이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대선에서 불리한 판결이 나오지 않을까 우려하면서 “지금이라도 우리가 달려가 막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도 했다. 친(親)트럼프 성향인 마조리 테일러 그린 공화당 하원의원도 존슨의 게시물을 공유하며 “면책특권 선고와 관련된 것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소동은 이날 밤 대법원 앞을 지나가던 NBC 프로듀서가 울타리가 없는 실제 현장 사진을 찍어 인증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존슨이 가짜 주장을 한 것이다. 존슨은 게시물을 삭제했지만,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다니엘 반스 NBC 프로듀서가 17일 연방대법원 앞에 울타리가 설치됐다는 주장을 반박하며 올린 현장 사진. /X(옛 트위터)

온갖 가짜 뉴스들이 기승을 부리며 이번 미국 대선이 그 어느 때보다 혼탁해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보수 언론과 인플루언서들은 역대 최고령인 조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리스크’를 부추길 수 있는 영상을 편집·조작해 소셜미디어에 무차별 살포하고 있다.

지난 13일 G7 정상 회의 당시 바이든을 특정 각도에서 촬영해 방황하는 듯한 모습을 부각한 뉴욕포스트 보도가 대표적이다. NBC는 18일 “이런 영상은 바이든의 나이에 대한 유권자 우려를 증폭시키는 효과가 있다”면서 “바이든 캠프는 ‘싸구려 가짜(cheap fake)’ 영상이 온라인에 확산되지 않도록 고심하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 전략가인 에릭 슐츠는 “거짓말은 100m 달리기를 전력 질주하는데, 팩트체크는 해변을 거닐고 있어 절대 따라잡을 수 없다”고도 했다.

그간 가짜 뉴스로 재미를 본 트럼프도 피해자가 됐다. 지난 9일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유세한 직후, X에 트럼프가 한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의 37달러 짜리(약 5만1000원) ‘한국식 치킨’ 메뉴를 문제 삼으며 “내가 대통령일 때는 모든 치킨이 미국산이었다”고 말했다는 게시물이 올라온 것이다. 해당 게시물은 1500만회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지만, 실은 트럼프의 연설 화면에 가짜 자막을 입힌 것이었다.

이달 9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유세 후 X(옛 트위터)에 올라온 사실. 트럼프가 자막 내용을 실제 발언한 적은 없다. /X(옛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