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왼쪽)과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의 금융 재벌 가문 출신인 티머시 멜런이 공화당 대통령 선거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개인으로는 역대 최고 수준인 5000만달러(약 700억원)를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가 공개한 문서를 보면 트럼프는 지난달에 멜런의 기부금을 포함해 조 바이든 대통령보다 6000만달러를 많이 모았다. ‘성추문 입막음’ 사건으로 지난달 말 유죄 평결을 받고 나서 이에 분노한 보수 지지자들이 트럼프를 잇따라 후원하겠다고 밝혀, 돈이 선거 결과를 좌지우지해 이른바 ‘전(錢)의 전쟁’으로도 불리는 미국 대선의 판도에 끼칠 영향이 주목받고 있다.

FEC에 따르면 멜런은 트럼프를 지지하는 수퍼팩(Super PAC·자금 모금과 지출에 제한이 없는 민간 정치조직)인 ‘매가(MAGA Inc.)’에 5000만달러를 기부했다. 뉴욕타임스는 “멜런의 기부는 트럼프가 34개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은 바로 다음 날 이뤄졌다. 공개된 내역 중엔 역대 최대 수준으로 트럼프에 엄청난 선물을 안겼다”고 했다. 멜런은 ‘석유 왕’ 존 록펠러,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에 이어 미국의 3대 자산가였고 10년 11개월 동안 재무장관으로 있으면서 대통령 셋을 보좌한 앤드루 멜런(1855~1937)의 손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개인 단일 기부로는 역대 최고 금액인 5000만 달러를 후원한 금융 재벌 티모시 멜런. /X(옛 트위터)

멜런은 이전에도 트럼프와 제3 후보인 무소속 로버트 F. 케네디에 2500만달러씩을 기부했다. 이번에 트럼프에 추가로 기부함으로써 이번 대선에 1억달러를 넘게 쓴 첫 사람이 됐다. 와이오밍(州)에 거주하는 그는 큰돈을 기부하고도 정치인과 만남을 삼가고, 정치 전문 변호사를 통해 일을 처리한다고 알려졌다.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재벌인 고(故) 셸던 아델슨의 배우자인 미리엄 아델슨도 최소 9000만달러 이상을 트럼프에게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 밖에 월스트리트·실리콘밸리 ‘큰손’들의 지지 선언과 기부 행렬도 이어지는 상황이다. 가상 자산 거래소 제미니 창업자인 윙클보스 형제는 최근 트럼프에 비트코인으로 200만달러를 기부한다고 밝혔다.

이런 후원에 힘입어 트럼프와 ‘선거 컨트롤 타워’인 공화당전국위원회(RNC)는 지난달 1억4100만달러를 모아 8100만달러를 모금하는 데 그친 바이든 측을 압도했다. 지난달 30일 트럼프에 유죄 평결이 선고된 지 48시간 만에 7000만달러가 모였다. 워싱턴포스트는 “(보수 지지자들의 분노가) 대선 레이스를 재편할 잠재력이 있다”고 했다. 폴리티코는 “선거 초반부터 바이든이 갖고 있던 자금상의 우위가 사라졌다”고 했다. 6월 초 기준 트럼프 측이 1억1650만달러, 바이든 측이 9160만달러의 현금(모은 돈에서 쓴 돈을 뺀 금액)을 각각 보유 중이다. 두둑한 ‘실탄’을 마련한 트럼프 측은 대선 3개월 전부터 1억달러가 넘는 돈을 경합주 광고비로 집행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뉴욕시장을 지낸 미디어 재벌 마이클 블룸버그. /AP연합뉴스

바이든 측에선 뉴욕시장을 지낸 미디어 재벌 마이클 블룸버그가 약 2000만달러(약 278억원)를 기부했다. 블룸버그는 2020년 대선에서 민주당 경선에 출마했지만 첫 번째 TV토론에서 혹평을 받고 조기 사퇴했다. 이후 트럼프 당선을 저지하는 데 전념하겠다며 플로리다·텍사스·오하이오 등 3개 주에서 최소 1억달러를 지출했지만 이들 주에선 모두 바이든이 패배해 빛이 바랬다. 당시 언론에선 “돈을 허비했다” “킹메이커가 아닌 어릿광대였다”는 비판이 나왔다. 바이든은 민주당 출신 전직 대통령인 빌 클린턴·버락 오바마, 진보 성향 할리우드 스타들을 앞세워 선거자금 모금에 열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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