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에 대해 자국산 무기 사용 범위를 추가로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북한과 러시아가 지난 19일 정상회담을 통해 군사 협력을 강화키로 한 조약을 체결한 직후에 나온 조치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후 탄약·포탄 등을 충당하기 위해 북한과 밀착하자 미국이 이에 대한 반격으로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더 늘릴 가능성도 거론된다.
20일 로이터 등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기존 하르키우(우크라이나 북동부 도시) 인근 접경지로 한정했던 우크라이나의 미국산 무기 사용을 교전이 발생한 다른 접경 지역으로도 확대하도록 이날 허용했다. 교전이 어떤 접경지에서 일어나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에 대해 미국산 무기를 사용할 수 있게 길을 열어줬다는 뜻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하르키우와 국경을 맞댄 러시아 벨고로드 인근 지역에 한해 미국산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반격할 수 있게 승인한 지 약 3주 만에 추가로 이뤄진 조치다. 다만 미국산 장거리 미사일로 접경 지대가 아닌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는 것은 여전히 금지됐다고 알려졌다.
러시아는 그동안 미국산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지 못한다는 점을 이용해 자주포와 로켓 발사대 등 포병 무기를 국경 부근 러시아 쪽 영토에 배치하고 (국경 넘어)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는 전술을 써 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 20일 베트남 방문 중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동맹국들이 러시아를 타격하는 정밀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보낸다면 (러시아는) 북한에 무기를 공급하겠다”고 했다. 북한과의 군사 동맹을 강화한 주요 이유 중 하나로 미국산 무기의 러시아 영토 타격을 지목한 것으로, 미국의 공격 허용 확대 조치가 그만큼 러시아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미국은 한편 지난 20일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 무기 직접 지원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공격을 상대로 싸우는 데 있어서 어떤 지원도 환영한다”고 했다. 한국은 그동안 러시아와의 외교적 관계를 고려해 우크라이나에 공격용 무기를 직접 지원하지는 않고, 대신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보내는 서방국에 무기를 공급하는 간접적 방식으로 우크라이나를 도와 왔다.
같은 날 미 상원에선 북·러 밀착에 대응해 미국이 동맹국인 한국 및 일본·호주 등과 핵 공유 협정을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로저 위커 상원의원은 이날 상원 본회의에서 “중국·북한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의 핵무기를 (한국 등) 해당 지역으로 재배치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위커 의원은 지난달 29일 국방 예산 550억달러(약 75조원) 증액을 제안하면서 발표한 국방 투자 계획 ‘힘을 통한 평화’를 통해서도 한국과 핵무기를 공유하는 방안을 제안했었다.
이날 미 의회에선 공화당·민주당이 공동으로 러시아를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발의했다. 러시아가 이미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북한과 군사 조약을 체결했으므로 북한에 준하는 관리 대상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테러지원국(현재는 시리아·이란·북한·쿠바)으로 지정되면 무역 제재, 무기 수출 및 대외 원조 금지 등의 규제를 받게 된다.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북·러가 체결한 조약에 ‘한반도 비핵화’를 촉구하는 문구가 없는 만큼 사실상 러시아가 북한 핵무장을 용인하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한편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 합의(북·러 간 조약 체결)는 모든 국가의 우려”라며 “그 우려는 중국과도 공유되어야 한다”고 했다. 중국도 북·러 간 밀착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커비는 “우리는 필요에 따라 인도·태평양 전역에서의 우리의 (방위) 태세를 평가할 예정”이라며 “한반도 등에서 위협과 도전에 대응할 수 있는 최선의 입지를 확보하겠다”고도 했다. 북러의 밀착 및 위협 정도에 따라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 군사 투입을 증강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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