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에 들어간지 16개월이 지났지만 그는 여전히 잘 먹고 병마를 이겨내며 100번째 생일을 앞두고 있다.”
1924년생인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100번째 생일을 맞을 수 있느냐를 놓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의 전직 대통령들 중 100번째 생일을 맞이한 사람이 한 명도 없는데, 23일 기준 카터가 상수(上壽)를 맞이하기까지 100일이 남았기 때문이다. 그의 고향인 조지아주에선 카터의 100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여러 행사 준비들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고 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23일 “통계적으로 미국인이 100세까지 살 확률은 1% 미만”이라며 “카터가 그 이정표에 도달하기 위한 중요한 도전에 직면해있다”고 했다. 카터가 마지막으로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건 1년 전 먼저 세상을 뜬 배우자 로잘린 여사의 추모식에서였다. 16개월 전부터는 연명 치료를 중단하고 집에서 호스피스 돌봄을 받고 있다. 카터의 손자인 제이슨은 올해 2월 “그의 몸이 나아질 것이라고 믿지는 않지만, 그의 정신만큼은 어느 때보다 강하다고 믿는다”고 근황을 알렸다.
카터는 1981년 퇴임하고 43년을 ‘전직 대통령’으로 살았는데 이는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현직에 있을 땐 국민의 사랑을 많이 받지 못했고 재선에도 실패했다. 도덕과 인권을 강조했지만 스태그플레이션(물가와 실업률의 동시 상승) 같은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1979년 주이란 미국 대사관 인질 사건으로 미국인들이 1년 넘게 구금되는 등 경제·외교에 있어서 무능했기 때문이다. 대선 후보 때부터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해 박정희 대통령과 갈등을 빚은 악연도 있다. 하지만 퇴임 후엔 저소득 무주택자를 위한 집짓기 운동, 보건 증진 활동 등에 앞장서며 정치·사회 운동가로 변신했다. 대통령 역사 연구자인 노턴 스미스는 “기록적인 일이고 그의 유산을 크게 향상시켰으며 본인도 그것을 볼 수 있을만큼 오래 살았다”고 했다.
이제 관심은 카터가 살아서 100번째 생일을 맞이할 수 있느냐에 모아지고 있다. 애틀란타의 지미 카터 대통령 도서관·박물관은 영화가 자신에 미친 영향을 얘기해온 카터의 발언에 착안해 영화제를 계획하고 있다. 도서관은 지난 수년 동안 입장료를 카터의 나이와 연동시켜 부과해왔는데 “내년에는 올해 입장료인 99센트보다 1센트 오른 1달러를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WP는 “일부 도박사들은 카터가 100번째 생일을 맞을 수 있을지 없을지,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終戰)을 볼 수 있을 만큼 오래 살 것인가 등을 놓고 베팅을 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