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020년 10월 22일 대선후보 토론에 참석한 모습. /AFP 연합뉴스

‘방심하면 얻어맞는다.’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의 초반 판세를 좌우할 첫 TV 대선 토론이 27일 벌어진다. 오후 9시(한국 시각 28일 오전 10시)에 민주당 후보 조 바이든(82) 대통령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78) 전 대통령이 ‘맞짱’ 토론을 벌인다.

이번 토론은 선거를 5개월 남겨둔 시점에서 이례적으로 빨리 열리는 빅 이벤트다. 3년 반 만에 이뤄지는 전·현직 대통령의 토론 ‘리턴매치’이기도 하다. 지난달 바이든이 소셜 미디어에서 제안했고, 트럼프가 한 시간 만에 받아들이면서 성사됐다. 과거에 비해 토론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력이 줄었지만, 결과에 따라 박빙 구도가 출렁일 가능성이 충분하다. 두 사람의 두 번째 토론은 9월 10일로 예정돼 있다.

그래픽=김현국


◇바이든 對 트럼프, TV 토론서 맞붙는다

24일 조지아주 애틀란타의 CNN 사옥 밖에 대선후보 토론을 알리는 홍보물이 부착돼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날 토론은 조지아주(州) 애틀랜타의 CNN 스튜디오에서 두 차례 중간 광고를 포함해 90분 동안 진행된다. CNN 간판 앵커인 제이크 태퍼, 데이나 배시가 사회를 맡는다. 사회자 질문에 2분씩 답하고, 1분씩 서로 반박할 수 있다.

4년 전 토론과 가장 달라진 점은 자신의 발언 순서가 아니면 마이크가 꺼진다는 것이다. 이는 바이든의 요청 사항으로, 2020년 대선 당시 트럼프가 사회자 통제에도 비방·고함과 말 끊기를 지속해 정상적인 토론 진행이 불가능했던 점을 감안한 조치다. 당시 바이든이 “입 좀 닥칠 수 없냐”며 트럼프에게 화를 냈다.

토론은 청중 없이 진행된다. 바이든이 먼저 요청했고 트럼프가 받아들인 조건이다. 바이든 측은 이 규칙이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더글러스 브링클리 라이스대 교수는 ABC에 “군중 앞에서 연기를 더 잘하는 트럼프의 웅장한 유세 스타일이 (청중이 없으면) 한 풀 꺾이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했다.


◇체력과 순발력 싸움

1976년 10월 22일 제럴드 포드 당시 대통령(공화당, 오른쪽)과 민주당의 지미 카터가 TV 대선 토론을 시작하기 전에 악수하는 모습. 이날 토론은 카터가 선방했다는 평가가 많았고, 결국 카터가 당선됐다. /AP 연합뉴스

1942년생 바이든과 1946년생 트럼프는 양쪽 누가 이기든 미 대통령 최고령 취임 기록을 쓰게 된다. 따라서 짧지 않은 토론에서 두 후보가 체력과 순발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역대 토론을 보면 사소한 실수를 하거나 약점을 노출하는 후보가 종종 치명상을 입었다. 공화당의 제럴드 포드 대통령은 1976년 “동유럽에 소련의 지배력이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가 군 통수권자가 기본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한다는 비난을 듣고 재선에 실패했다. 당시 구(舊)소련은 군사·경제·정치적으로 동유럽에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었는데, 정세를 너무 안이하게 평가한 것이다. 포드는 민주당 지미 카터에게 2%포인트 정도 득표율 차로 패배했다.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공화당)은 1992년 방청객이 질문하던 도중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혀 태도 논란을 빚었고, 결국 빌 클린턴(민주당)에게 패배했다. ‘본선’은 아니지만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가 2011년 공화당 대선 경선 토론에서 본인이 폐지하겠다고 공약한 부서 이름을 대지 못했던 일은 지금도 종종 언급되는 ‘토론 흑역사’의 대표적 사례다.


◇박빙 승부, 토론이 흔들까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일 대선후보 토론 준비를 위해 캠프 데이비드 별장으로 향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바이든은 20일부터 다른 일정을 잡지 않고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 칩거하며 참모들과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참모들을 트럼프 대역으로 세우고 모의 토론을 연습 중이라고 한다. 폴리티코는 “바이든이 먼저 꺼낼 수 있는 주제로는 이민, 동성애자 권리 등이 있다”고 했다.

반면 트럼프는 모의 토론 없이 공화당 유력 인사들과 만나며 다양한 조언을 듣고 있다. 참모들은 경제, 범죄, 인플레이션, 이민 정책,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같은 이슈에 집중할 것을 권유했다고 한다.

역대 대선 후보 토론에서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았던 외교·안보 정책이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것인지 관심도 뜨겁다. 외교·안보 문제만큼은 본래 공화당과 민주당 후보의 입장이 대동소이했지만, 이번엔 우크라이나 지원 등 주요 사안을 놓고 바이든과 트럼프의 입장이 극과 극으로 갈려서다. 포린폴리시는 “바이든의 국제주의와 트럼프의 고립주의가 극명한 대조를 이룰 것”이라고 했다.

현재까지 미 대선은 박빙의 구도 속에 트럼프가 바이든에게 조금 앞서는 분위기다. 워싱턴포스트(WP)는 여론조사 결과 선거를 좌우할 가능성이 높은 7개 경합주 중 5곳에서 트럼프가 우위를 보였다고 이날 보도했다. 다만 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미시간 등 3주에선 격차가 1%포인트 안팎이었다. WP는 “여론조사의 오차 범위가 ±3.5%포인트인 점을 고려하면 누구든 승리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유명 통계학자인 네이트 실버는 트럼프가 승리할 확률을 66%로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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