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7일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첫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의 맞상대인 민주당 조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TV토론으로 맞붙은 것은 지난 대선 3차 토론이 열렸던 2020년 10월 이후 3년 8개월 만이다. 두 사람은 국내외 각종 이슈에서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설전을 벌였다.

동맹을 중시하는 바이든과 미국 우선주의를 주장해온 트럼프 두 사람이 특히 공방을 벌인 분야는 외교·안보 분야였다. 트럼프는 미국의 힘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을 집중 부각하며 바이든 탓으로 돌리는 데 주력했다. “전 세계 국가들이 미국을 더 이상 존경하지 않고 마치 ‘제3세계 국가’처럼 취급하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2000억달러(약 276조원)나 지원했는데 시작하지 말았어야 하는 전쟁”이라며 “취임하자마자 러시아와 대화해 이 전쟁을 끝낼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또 2021년 8월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의 재입성 속에 퇴각하듯 물러났던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를 언급하며 “(바이든 정부의 외교 정책이) 우리를 3차 세계대전에 가까이 끌어들이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바이든은 트럼프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독재자들에게 대해 유화적인 태도를 보여왔던 점을 집중 거론했다. 그는 “푸틴은 수천, 수만 명을 죽인 전쟁 범죄자”라며 “러시아는 소련 시대 영토를 재건하려 한다. 우크라이나를 가져가면 그다음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국가들이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토 동맹국들은 우리만큼 우크라이나에 많은 자금을 지원했고, 그것이 우리가 강한 이유”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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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경제 문제에서도 공방을 주고받았다. 바이든은 “트럼프가 재임 중 한 일이 없어 우리가 물려받은 경제 상황이 엉망이었다”며 “실업률이 15%까지 오른 끔찍한 상황을 정리해 80만개의 제조업 일자리를 창출했고 집값, 가스·처방약 가격 등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바이든의 약점으로도 지적되는 경제 문제의 근본적 원인이 트럼프 집권기 때 있으며, 자신이 개선시켰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우리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경제를 갖고 있었고, 바이든의 일자리 증가는 코로나 봉쇄 후 반등에 따른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에 형편없이 대응해 우리나라를 죽이고 있다. (바이든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최악의 대통령”이라고 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오른쪽)이 삿대질하면서 말하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삿대질로 맞받는다. 27일 미국 조지아주(州) 애틀랜타의 CNN 스튜디오에서다. /사진=로이터・AFP 연합뉴스, 그래픽=박상훈

이번 대선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남부 국경 불법 이민자 문제에서도 두 사람은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트럼프는 “내가 재임했을 때 안전했던 국경을 바이든이 개방하면서 범죄자와 정신질환자, 테러리스트가 들어왔다”며 “이들이 범죄를 저지르고, 일자리를 빼앗고 있으며 사회보장 체계를 망치고 있다”고 공격했다. 이에 바이든은 “최근 남부 국경에서 취한 이민 제한 행정 조치로 인해 불법 입국자가 40% 줄었다”며 “현재 상황은 트럼프 재임기보다 오히려 더 나아졌다”고 반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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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은 네 건의 형사 재판으로 기소된 트럼프의 ‘사법 리스크’ 공략에도 주력했다. 특히 트럼프가 자신과의 추문을 폭로하려는 성인물 배우를 돈으로 입막음하고 회계장부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유죄 평결이 나온 것을 공격 소재로 삼았다. 바이든이 “(트럼프는) 아내가 임신한 밤에 여성을 추행하고 포르노 스타와 성관계를 가졌다. 도둑고양이의 도덕성을 갖고 있다”고 하자 트럼프는 “나는 포르노 스타와 성관계를 가진 적이 없고, 그 사건은 끔찍한 민주당 판사가 있지만 항소해 승리할 것”이라고 했다. 자신은 무죄이며 재판이 편파적이었다고 주장한 것이다.

트럼프는 자신의 열성 지지자들이 2021년 1월 대선 결과 인증 절차가 진행되던 의사당에 난입한 폭동을 배후에서 선동한 혐의로도 기소돼 있다. 이날 사회자가 ‘대선에서 누가 이기더라도 승복할 것이냐’고 묻자 트럼프는 “공정하고 적법한 선거라면 당연히 받아들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원래 재선에 도전할 생각이 없었고 좋은 곳에서 쉬려고 했지만 바이든이 미국을 파탄에 빠뜨린 것을 보고 출마를 결심했다”고도 했다.

이날 전체적인 발언 시간은 트럼프가 조금 더 길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주관 방송사 CNN 집계에 따르면, 트럼프는 약 40분 12초, 바이든은 35분 41초의 발언 기회를 가졌다. 둘의 다음 토론은 ABC 주최로 9월 10일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