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1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0년 의회폭동 선동을 통한 선거 방해 혐의에 대해 대법원이 면책특권을 일부 인정한 데 대해 대국민 연설을 갖고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날 판결에 대해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에 사실상 제한이 없다는 것을 거의 확실하게 의미한다”며 “더 이상 법의 제약을 받지 않고 대통령 혼자서 모든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위험하다”고 했다. “미국에는 왕이 없고 법 위에 있는 사람은 없다”고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 선 건 지난달 27일 TV 토론 이후 처음이다. 파란색 넥타이를 매고 나온 그는 토론 당시 쉰 목소리와 말을 더듬는 태도로 고령 논란이 거세진 것을 의식한 듯 비교적 뚜렷한 어조로 발언했다.
바이든은 이날 백악관에서 가진 연설에서 “내 전임자(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는 4년 전 평화적 권력 이양을 막기 위해 폭도들을 미 의사당으로 보냈다”며 “우리는 그날 폭도들이 경찰을 공격하고 의사당을 약탈하는 걸 봤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사냥하고,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교수형에 처하려는 자들을 지켜봤다”라고 했다. 그는 “그날은 미국 역사상 가장 암울한 날 중 하나였다”며 “이제 그 폭도들을 미 의사당으로 보낸 사람(트럼프)은 잠재적인 형사 유죄 판결을 앞두고 있었다”고 했다.
바이든은 “그날 무슨 일이 있었나? 미국 국민은 다가오는 선거 전 법원에서 그 답을 들을 자격이 있다”며 “미 대중은 올해 (대선에서) 투표하기 전에 1월 6일(의사당 난입 사건 당시)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권리가 있다. 하지만 오늘의 결정으로 인해 그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졌다. 이는 이 나라 국민들에게 끔찍한 해악”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 국민은 1월 6일 우리의 민주주의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의 공격으로 인해 그가 이 땅의 최고 공직인 대통령직에 적합한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미국 국민은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폭력을 수용한 트럼프의 행동에 대해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연설이 끝난 직후 지난달 토론 참패와 고령 논란에 대한 백악관 출입기자단의 질문이 이어졌지만 바이든은 대답하지 않고 곧바로 퇴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