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펠로시 전 연방 하원의장(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로이터 뉴스1

미 연방 하원의장을 지낸 민주당 낸시 펠로시 의원이 10일 TV토론 참패 후 퇴진 압박을 받고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출마 여부는 대통령에 달려있다”며 “남아 있는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에 우리 모두는 그가 결정을 내리도록 격려하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 주류를 상징하는 펠로시가 바이든 퇴진을 공개 요구한 것은 아니지만, 바이든이 완주 의사를 거듭 밝힌데 나온 발언이라 민주당 내 또 다른 논란이 예상된다.

펠로시는 이날 오전 MSNBC 방송에 출연해 “이번 주 워싱턴에서 열리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이후 바이든의 정치적 미래에 대한 대화를 재개하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펠로시의 발언은 (완주 의사를 밝힌) 바이든의 뒤를 따르고 있는 민주당원들에게 며칠 동안 선회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라며 “의회 최고 지도자의 반발은 당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민주당 내 깊은 분열을 감지하게 해준다”고 했다.

펠로시는 여성으로는 최초로 연방 하원의장(2007~2011년, 2019~2023년)을 지낸 진보 진영의 거물급 정치인이다. 의회 내 대표적인 친(親)바이든 인사고, 1940년생으로 1942년생인 바이든보다도 나이가 두 살 더 많다. 지난달 TV토론에서 바이든이 참패한 이후 상·하원에서 퇴진 요구가 분출하고 있는 가운데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 등과 더불어 당내 여론의 향방을 결정할 ‘키맨’으로 꼽혀왔다. 슈머는 9일 “나는 조와 함께할 것”이라며 바이든 잔류에 힘을 실었다.

펠로시는 다만 “바이든이 민주당 의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생각한다”며 “바이든은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으며 사람들은 그가 결정을 내리기를 원하고 있다”고 했다. 바이든은 나토 정상회의 마지막 날인 11일 단독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인지능력 논란’이 불거진 바이든의 일거수일투족에 전세계 언론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는데, 이 자리가 사퇴론 진화와 재확산을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