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10일 멕시코를 통해 미국으로 유입되는 중국산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고강도 관세 부과안을 발표했다. 앞서 지난 4월 대중(對中) 철강 관세를 3배로 인상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중국이 저가(低價) 철강을 멕시코에 판매한 뒤 관세 없이 미국으로 재수출하는 ‘우회 수출’ 통로까지 틀어막겠다는 취지다.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인 중국의 수출 공세로 자국 철강 산업이 위험에 처했다고 판단하고 취한 조치로 보인다. 아울러 대통령 선거를 약 4개월 앞두고, 철강 기업에서 일하는 블루칼라(생산직 노동자) 유권자의 표심을 얻으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철강사 바오강이 생산한 열연 코일. /바오강

백악관은 전날 사전 브리핑에서 “멕시코 국경을 통해 미국으로 수입되는 철강 중 북미(미국·멕시코·캐나다) 지역에서 제강(製鋼)되는 경우에만 면세 조치하고 나머지 제품엔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미국이 아닌 중국·이란·러시아 등에서 1차 제련된 멕시코산 알루미늄 수입품에도 1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의 국가 안보를 이유로 외국산 제품 수입을 제한할 수 있게 한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이 같은 조치를 시행한다고 했다. 철강·알루미늄 제품의 원산지를 확인하기 위해 미 세관국경보호국(CBP)이 멕시코 정부와 함께 원산지를 철저하게 확인할 방침이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멕시코를 통해 미국 시장에 들어오는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은 펜실베이니아·오하이오 같은 주(州)에서 일하는 미국 노동자들에게 피해를 준다. 철강과 알루미늄은 미래에도 우리 경제의 중추로 남게 될 것”이라며 노동자 표심(票心)에 호소했다.

미 철강 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수입된 철강은 59만8000t으로 2022년보다 8.2% 줄었다. 대신 중국은 멕시코 등을 통한 미국으로의 우회 수출을 늘리고 있다고 미 정부는 전했다. 미국은 지난해 멕시코에서 철강 420만t을 수입했다. 백악관은 “멕시코산 철강 중 약 13%가 북미 지역 밖에서 제강된다”며 중국의 우회 수출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올 들어 중국산 반도체·전기차·배터리 및 태양광 전지 등에 대한 전방위 관세 인상 조치를 차례로 발표하고 있다. 미 언론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대선 전 AI(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에 대한 통제를 비롯해 경제 압박 조치를 추가로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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