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영화 배우 조지 클루니(왼쪽)과 조 바이든 대통령. /AFP 연합뉴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와 민주당 의원 모임을 계기로 제동이 걸리는 듯했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대선 후보 사퇴론이 재점화하고 있다. 바이든의 오랜 지지자인 할리우드 스타 조지 클루니까지 바이든이 물러나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요구한 데 이어 민주당 유력 인사들의 사퇴 요구도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클루니는 10일 ‘나는 조 바이든을 사랑하지만, 우리는 새로운 후보가 필요하다’는 제목으로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지난달 TV 토론회에서 나이·건강 리스크가 부각된 바이든의 교체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참담한 심정으로 얘기하지만 3주 전 봤던 바이든은 (부통령이었던) 2010년의 그 엄청난 바이든도, (대선에 도전하던) 2020년의 바이든도 아니었다”며 “우리 모두가 토론회에서 목격했던 것과 같은 사람”이라고 했다.

이어 “바이든은 인생의 수많은 전투에서 승리했지만 시간과의 싸움에선 이길 수 없다”며 고령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바이든과 함께라면 11월에 승리하지 못할 것이고 상·하원 선거에서도 패배할 수 있다”며 “이건 나 하나만이 아닌 모든 상·하원 의원과 주지사들의 의견”이라고 했다.

할리우드는 전통적으로 친민주당 성향이 강하지만, 클루니의 존재감은 그중에서도 독보적이다. 할리우드 마당발로 알려진 그는 대선 때마다 각계 유명인사들을 총집합시켜서 민주당 후보의 당선을 위한 거액의 선거자금 모금 행사를 주최했다. 지난달 로스앤젤레스에서 주최한 행사에서는 역대 최다인 3000만달러(약 410억원) 이상을 모았다. 바이든이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 맞붙던 4년 전 대선 때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하던 2012년에도 모금 행사를 열었다. 그랬던 클루니로부터 나온 공개 퇴진 요구는 대선 완주를 공언한 바이든의 돌발 악재라는 분석이다. 후보 교체론은 다른 할리우드 인사들로 확산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지난달 모금 행사에 참석했던 배우 마이클 더글러스도 “클루니의 주장이 타당하다. 민주당엔 거물급 선수가 많다”고 했다.

앞서 이날 연방 하원의장을 지낸 민주당의 거물 낸시 펠로시 민주당 의원이 MSNBC 인터뷰에서 바이든에게 완곡한 어조로 대선 완주 재고를 요구하며 사퇴론은 다시 불붙었다. 전날 민주당 연방 의원 모임이 ‘바이든 지지’로 일단락된 게 무색할 정도로 개별 의원들의 후보 교체 주장도 잇따르고 있다. 상원에서는 피터 웰치(버몬트주) 의원이 처음으로 워싱턴포스트 기고를 통해 사퇴를 요구했다. 그는 “바이든은 우리 시대 가장 훌륭한 대통령 중 한 명이었지만, 국가의 이익을 위해 경선에서 물러나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등을 대안 후보로 언급하면서 “이런 리더들은 세대를 초월해 유권자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얼 블루머나워(오리건주) 하원의원도 “바이든이 후보가 돼선 안 된다”고 밝혔다. 이로써 민주당 내에서 바이든 용퇴를 공개 거론한 인물은 총 열 명이 됐다.

민주당의 ‘큰손’들도 등을 돌리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NBC는 “이번 달 바이든 캠프에 대한 거액 후원이 지난달에 비해 절반 또는 그 이하로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바이든이 최근 기부자 300여 명과 화상 통화를 하며 완주 의지를 밝히고 지지를 호소했지만, “모금 상황이 재앙적이다” “돈이 완전히 끊겼다”는 아우성이 나올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월스트리트부터 할리우드에 이르는 주요 기부자들 사이에서 바이든이 재선 의지를 거듭 밝힐 경우 후원을 그만두겠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로이터는 “이번 주말 당내 지도부 회의에서 당원들이 제기한 우려를 논의할 계획이지만, 바이든은 여전히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고 했다. 악시오스는 이날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가 ‘바이든 외 다른 사람들에게도 민주당 대선 티켓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지만, 슈머는 “바이든을 지지한다”며 이를 곧바로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