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세 도중 총격을 받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가운데, 조 바이든 대통령은 쾌유를 빌며 트럼프와 접촉을 시도할 것이라 밝혔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강성 지지층은 바이든이 닷새 전 “트럼프를 과녁의 중심에 넣자(put Trump in a bullseye)”고 했던 발언을 문제 삼고 있다. 이번 사태가 ‘트럼프를 강한 언어로 비난해온 바이든이 조장한 정치 폭력’이란 것이다.
이 발언은 TV토론 참패 후 퇴진 압박에 시달리던 바이든이 지난 8일, 재선 가도에 의구심을 품은 주요 고액 기부자들을 화상으로 불러 놓고 본인의 완주 의지를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녹취록을 보면 당시 바이든은 “내가 트럼프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고 그게 내가 해야할 일”이라며 “이제 토론 얘기는 그만하고 트럼프를 과녁에 넣자”고 했다. 본인보다 트럼프에 대한 ‘공격’에 집중하자고 강조한 것이다. 바이든 완주를 원하는 민주당 지지자들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후보 교체론’ 속 이를 포스터처럼 만들어 소셜미디어에 유포했다.
바이든의 이런 발언은 정치적 레토릭에 가까웠지만, 뜻하지 않게 트럼프가 총상을 입으면서 입장이 곤혹스럽게 됐다. 강경 보수 성향 인사들이 이 발언을 바이든을 공격하는 재료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부통령 후보군인 J. D. 밴스 상원의원은 X(옛 트위터)에서 “바이든 캠페인의 대전제는 트럼프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막아야 할 권위주의적 파시스트라는 것”이라며 “이런 수사(修辭)가 트럼프에 대한 암살 시도로 이어졌다”고 했다. 헤지펀드 거물인 빌 애크먼은 이를 공유하며 “동의한다”고 했다. 유튜브 구독자가 200만명이 넘는 숀 라이언은 “트럼프를 과녁에 넣었다 실패했으니 바이든 당신의 플랜B는 무엇인가”라고 했다. 반면 민주당 성향 인플루언서들은 “이번 사건을 정쟁화하지 말라”고 반박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유세 당시 일부 유세 참가자들이 총기를 든 총격범을 비밀경호국(SS)과 주 경찰에 알려줬지만 무시 당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 트럼프 지지자는 사건 발생 후 BBC 기자와 가진 현장 인터뷰에서 “총기를 들고 지붕 위를 서성거리던 의심스러운 사람을 경찰에 여러 차례 알려줬지만 무시당했다”고 말했다. 테슬라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는 “비밀경호국 책임자와 경호를 담당한 담당자가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말을 맞아 델라웨어주 레호보스비치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던 바이든은 백악관으로 조기 복귀해 상황을 챙겨볼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