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19일 콜로라도주 애스펀에서 열린 애스펀안보포럼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애스펀연구소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19일 마이크로소프트(MS) 클라우드 장애로 세계 곳곳에서 항공·통신 장애가 발생한 것에 대해 “하나의 공급 업체에 의존하지 않도록 시스템에 탄력성·중복성을 구축하고, 다양화해야 한다”고 했다. 블링컨은 이날 오전 콜로라도주(州) 애스펀에서 열린 ‘애스펀안보포럼(ASF)’에 참석해 “이번 사건은 기본이 중요함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조 바이든 정부가 추구해온 미국와 우방 중심의 ‘지속 가능한 글로벌 공급망으로의 재편·강화’를 강조하며 “국가 간 연합을 구축해 공급망을 조정하고, 새로운 공급망을 구축해 문제가 발생하면 즉시 해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했다.

블링컨은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피격에 대해서는 “미국의 동맹과 파트너 국가들은 우리가 느낀 공포를 공유했다”며 “이런 위기 속에서 미국인들이 힘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있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바이든의 최측근인 크리스 쿤스 민주당 상원의원은 “이번 사건이 지나치게 정치화되지 않도록 모두가 긴박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후임 자리를 노리는 공화당 소속 존 코닌 의원은 “비밀경호국(SS)에 의한 끔찍한 실수고, 앞으로 조사할 것이 많다”면서도 “미국 앞엔 어마어마한 도전 과제들이 놓여있고, 이를 해결한 방법은 진영에 상관없이 힘을 합치는 것”이라고 했다.

블링컨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가 북한·이란·중국 등과 밀착하고 있는 것에 대해 “미래는 더 힘들고 어두워질 것”이라며 “우리가 시작할 때 원했던 것도 아니고, 그들이 스스로에게 부과한 현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중국 입장에선 러시아와 긴밀히 협력하고 전쟁을 지속하는 것이 평판에 좋지 않기 때문에 매우 불편한 입장에 처해있다”고 했다. 블링컨은 중국이 러시아에 방위 산업의 기반이 되는 중간재를 수출하고 있는 것을 언급하며 “중국은 러시아의 전쟁을 도우면서 우크라이나 평화를 위한다고 말할 수 없다” “냉전 이후 유럽 안보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을 부추기면서도 유럽과 관계 개선을 원하고 있다 말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이날 “30년 넘게 이 일을 했지만 중국에 대한 접근 방식에 있어 지금처럼 미국·유럽·아시아 파트너들 간 통합이 잘 이뤄진 시기는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블링컨은 우크라이나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문제에 대해선 “최근 워싱턴에서 열린 정상회의를 통해 명백한 방향을 설정했다”며 “시간표는 다양한 요건을 맞출 수 있느냐에 따라 결정되는데 우크라이나가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우리는 진심으로 가입을 위한 다리를 놓기로 결심했다”이라고 했다. 나토 회원국들은 11일 채택한 공동성명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불가역적인 길’로 규정, 가입 노력을 적극 지원한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로드맵이 없고 재집권이 유력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이라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블링컨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인 하마스 간 휴전 협정이 지연되고 있는 것에 대해 “휴전을 이끌고 인질들을 집으로 데려올 수 있는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있어 팔부 능선에 올랐다”면서도 “마지막 10야드가 전진하기 가장 힘든 법”이라고 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어떻게 협상할 것인가는 질문에 대해서는 “나는 사람의 성격에 집중하지 않고 정책에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네타냐후는 이번 협상 과정에서 미국 측에 종종 강력한 불만을 공개 제기해왔다. 22일 워싱턴을 방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