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9일 콜로라도주 애스펀에서 열린 '애스펀안보포럼'에 참석해 대화를 하고 있다. /애스펀연구소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으로부터 강한 퇴진 압박을 받고 있는데 미국의 외교·안보 수장 3인방이 ‘바이든 구명’에 진땀을 흘렸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찰스 브라운 합참의장은 19일 미국 콜로라도주 애스펀에서 열린 ‘애스펀안보포럼(ASF)’에 나란히 참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협상, 중국의 부상 등 현안에 대한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지만 제일 관심이 주목된 건 바이든의 인지력에 관한 것이었다.

평소에는 정치 현안에 관한 언급을 꺼리는 세 사람이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고령인 바이든이 앞으로 4년 더 복잡다단한 외교·안보 현안을 다룰 수 있느냐’하는 문제 의식이 청중에서도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설리번은 기자들과 만나 “나는 바이든이 대통령으로서 매우 훌륭한 일을 하고 있고 계속 훌륭한 일을 할 것이라 믿는다”며 “이것이 그가 대통령직에 출마한 이유”라고 했다. “백악관 NSC(국가안전보장회의)의 모든 사람들을 대변할 수 없지만 그들의 성과가 자랑스럽다”고도 했다. 설리번은 바이든의 보좌관 출신으로 외교·안보 정책, 이른바 ‘바이든 독트린’ 형성과 집행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인사다.

설리번은 “바이든이 시추에이션룸(상황실) 내 테이블의 수장 자리에 앉아 있어서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고 했다. 지난 4월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대규모 미사일·드론 공격을 했던 상황을 언급하며 “바이든이 경각심을 갖고 깊이 관여해 미국이 이스라엘 방어를 도왔다”며 “총사령관의 능력을 실시간으로 생생하게 볼 수 있는 사건이었다”고 했다. 이와는 별개로 설리번은 11월 대선을 앞두고 “우리의 적들이 우리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저울에 엄지 손가락을 올릴 수 있는 지점으로 보고 있다”며 “(선거 개입을) 막기 위해 동맹국과 협력하고 있다”고 했다.

찰스 브라운 합참의장이 19일 콜로라도주 애스펀에서 열린 '애스펀안보포럼'에 참석해 대화를 하고 있다. /애스펀연구소

모든 미군 부대를 관할하고 있는 찰스 브라운 합참의장에게도 ‘바이든의 정신력’에 관한 질문이 나왔다. 브라운은 “내가 대통령을 만났을 때마다 그는 항상 진지했다”며 “매우 예리한 질문을 던지고 결정을 내렸다. 이 정도만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트럼프와 그의 러닝메이트인 J.D. 밴스 상원의원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중단을 공언하고 있는 가운데 브라운은 “24시간 안에 휴전을 이뤄내면 정말 좋을 것”이라면서도 “미국·유럽이 갑자기 지원을 중단하면 푸틴이 승리하는 것이고, 미국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등 서방 세계에 대한 신뢰가 위태로워진다. 우크라이나에 지속 지원을 하는 강력한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했다. 브라운은 지원을 포기하면 “다른 침략자들에게 문을 열어주는 부정적인 선례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블링컨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바이든의 경쟁 상대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한 뼈 때리는 말을 남겼다. 트럼프의 이름을 직접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포퓰리즘 확산에 따른 안보 도전’에 관해 경고했다. 그는 “인구 증가율 감소, 사회 고령화 등 인구학적 변화들로 인해 젊은 사람들이 기성세대가 너무 많은 자원을 가져간다 느끼면 향후 도전 과제가 될 수 있다”며 “이 지점에서 포퓰리즘이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오는데 우리가 경계해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오른쪽)이 19일 콜로라도주 애스펀에서 열린 '아스펜안보포럼'에 참석해 대화를 하고 있다. /애스펀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