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7일 델라웨어주 도버공군기지에서 대통령 전용기에서 내리고 있다. /AP 연합뉴스

21일 조 바이든 대통령의 민주당 대선 후보 사퇴는 재선 캠프에도 발표 1분 전에 통보됐을 만큼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발표 하루 전 가족과 ‘문고리’ 측근인 스티븐 리체티, 마이크 도닐런 백악관 선임고문 등 극소수 인사들과만 결정을 공유하고 밤늦게까지 바이든이 측근들과 사퇴 입장문 작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CNN은 재선 캠프 고위 인사를 인용해 “대선 완주를 고집하던 바이든의 중도 하차 결정은 (발표 이전) 48시간 사이에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바이든은 21일 오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제프 자이언츠 백악관 비서실장, 젠 오말리 딜런 선거대책위원장 등에 전화를 걸어 자신의 결정을 알렸다. 자이언츠 실장이 백악관과 재선 캠프 등의 고위급 참모를 소집해 바이든의 사퇴를 알린 게 오후 1시 45분쯤이었다. 1분 뒤 바이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대선 후보 사퇴를 알리는 성명이 올라왔다. 사퇴를 발표한 바이든은 참모들의 노고에 감사를 표했다고 한다. 자이언츠는 오후 2시 26분쯤 백악관 전체에 “바이든이 말했듯이 우리가 함께하면 미국이 못 할 일이 없다”는 독려 메시지를 보냈다.

19일까지만 하더라도 바이든이 후보직을 내려놓을 것이란 명확한 신호는 없었다. 딜런 선대위원장은 이날 MSNBC 아침 방송에 출연해 “바이든은 아무 데도 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같은 날 오후 해리스 부통령은 고액 기부자들과의 통화에서 미시간·위스콘신주에서 거둔 캠페인 성과를 내세우며 바이든에 힘을 실었다고 한다. 다만 워싱턴포스트(WP)는 “해리스가 쏟아지는 부호들의 질문을 답하지 않은 채로 남겨둬 일부는 좌절감을 감추지 못했다”며 “대담하고 단호한 자세였지만 그의 발언은 최종 결정이라기보다 대통령에 대한 존경의 표현으로 읽혔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이 20일 늦은 오후 리체티에게 전화해 ‘마이크(백악관 선임고문 마이크 도닐런)와 함께 집으로 오라’고 비상 호출을 했다”고 보도했다. 18일 막을 내린 공화당 전당대회 때까지도 바이든 잔류를 위해 전력을 다했던 최측근들이다. 한 소식통은 WP에 “바이든이 토요일 저녁에 주말 여론 조사가 더욱 악화했다는 브리핑을 받았다”며 “수치가 매우 냉정하고 가차 없었다”고 했다. 바이든의 X(옛 트위터)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하고 현 정부의 업적을 두둔하는 글들이 줄지어 올라갔지만 WP는 “바이든은 토요일 밤 거의 마음을 정하고 잠자리에 들었다”고 했다. “자신을 밀어내려는 민주당 의원과 전략가들에게 여전히 화를 냈지만 뚫고 나갈 길이 없다는 확신을 갖고 내린 결정”이라는 것이다. 이날 밤 도닐런이 성명서 초안을 작성했고, 리체티는 사퇴 결정을 알릴 시점과 대상을 정하는 데 집중했다.

바이든이 주말 사이 숙고하는 동안 배우자인 질 바이든 여사가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질 여사는 바이든의 사퇴 성명을 X에 공유하며 두 개의 하트가 이어진 이모티콘을 덧붙였다. NYT는 “사퇴 발표 이후 백악관 참모들은 충격을 받거나 눈물을 흘리거나 안도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이 본인 방식대로 사퇴를 결정했기 때문에 내부 공작이나 정보 유출을 피할 수 있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WP는 “일부 참모는 선거를 계속한다는 말을 듣고 21일 오전까지도 선거를 준비하고 있었다”며 “일부는 결정을 미리 공유받지 못해 속상해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