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1기 미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허버트 R. 맥매스터(62)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22일 “트럼프가 재선되면 북한 김정은이 (트럼프로부터) 핵(核) 보유를 인정받으려하고, 또 미국에 주한미군을 철수하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는 공화당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된 직후 공식 석상에서 잇따라 김정은과의 관계를 과시하는 발언을 내놓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7년 2월 20일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별장에서 신임 국가안보보좌관 허버트 맥매스터와 악수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

맥매스터는 이날 워싱턴DC 허드슨연구소가 주최한 대담에서 “트럼프가 당선되면 김정은은 다시 브로맨스를 재점화하려고 시도할 것”이라며 “그(김정은)는 바로 (트럼프에게) ‘제안할 거래가 있다’며 접근할 수 있다”고 했다. 맥매스터는 “김정은은 ‘당신의 (대외 외교·관여 역할) 축소(retrenchment) 충동을 만족시켜 주겠다’라고 할 수 있다”고도 했다. 트럼프는 그간 해외 분쟁에 미국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미국 우선주의’ 외교 기조를 앞세워왔다. 맥매스터는 “(김정은이) ‘미군이 한반도에서 철수하는 대신 내가 핵무기 몇 개만 갖게 해달라’고 말할 수 있다”며 “대신 김정은이 (미국을 겨냥한) 장거리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핵 개발을 제한하겠다고 제안할 수 있다”고 했다.

김정은이 미 본토를 직접적으로 노리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중단 등을 약속하고 대신 주한미군 철수 및 일부 핵 보유를 미국으로부터 인정받는 ‘딜’을 다시 제안할 수 있다는 취지다.

맥매스터는 2017년부터 약 1년여간 트럼프 1기 두 번째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냈다. 짐 매티스 국방장관, 존 켈리 비서실장 등과 함께 트럼프의 충동적인 결정을 견제하는 역할을 해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어른들의 축(axis of adults)’이라고 불렸다. 트럼프가 1기 당시 트럼프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 비용을 한국에 전액 부담시키려 했을 때 맥매스터가 이를 만류하기도 했었다.

맥매스터는 한국의 방위비 분담 문제에 대해선 “트럼프는 미국 국민이 자신들의 관대함에 무임 승차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강력한 주장을 하고 있다”면서도 한·일 등은 방위비 분담을 이미 많이 하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는 “한국은 국방비 지출을 늘리면서 매우 강력한 국방력을 갖추고 있다”며 “해당 국가(한국과 일본)는 미군의 (주둔) 비용을 지불하고 있기 때문에 만약 미군을 (한국과 일본에서) 미국으로 옮긴다면 해당 전력과 시설을 유지하기 위해 미국 납세자들은 3~4배를 더 내야 한다”고도 했다. 미국이 한국에 군인을 주둔시키는 건 미국에도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그는 “미국 국민에게 이를 알리는 것은 동맹·파트너 국가와 함께 미군의 해외 배치가 가진 실질적인 혜택을 이해하도록 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고도 했다.

맥매스터는 북·러·이란·중국 등 적성 국가들에 대해 “그들이 원하는 건 미국을 핵심 지역에서 몰아내는 것”이라며 “미국을 이들 지역에서 몰아내면 중국은 인도·태평양 전역에서 배타적 우선권을 확립할 수 있으며 미국을 한반도에서 나가게 하는 것은 적색 기치 아래 한반도를 통일하기 위한 첫 단계”라고 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