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멀라 해리스(왼쪽) 부통령과 배우자 더글러스 엠호프가 22일 델라웨어주 윌밍턴에 있는 선거 본부에서 입을 맞추고 있다. /AFP 연합뉴스

“그녀에게 첫눈에 반했다. 데이트가 끝날 무렵 우리는 이미 미래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유력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배우자 더글러스 엠호프(60)는 미국 역사상 첫 ‘세컨드 젠틀맨(부통령의 남편)’이다. 오는 11월 대선에서 해리스가 승리할 경우 사상 첫 ‘퍼스트 젠틀맨(대통령의 남편)’이 된다. 엠호프는 미디어·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30년 넘게 활동한 법률 전문가이기도 하다. 세계 굴지의 로펌인 DLA파이퍼에서 일했고, “복잡한 분쟁이 발생했을 때 신뢰할 수 있는 조언자이며 가장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로 유명하다”(조지타운대)는 평가를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남자가 생각하는 본인의 ‘제1의 정체성’은 ‘해리스의 남편’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미 서부 출신인 해리스와 달리 엠호프는 동부인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났다. 다만 10대 때 캘리포니아로 이주, 서던캘리포니아대 법학대학원을 졸업했다. 1992년 영화 프로듀서였던 첫째 부인과 결혼해 현재 30·25세 두 자녀를 두고 있다. 2008년 이혼한 뒤 해리스와는 2014년 처음 만났다. 두 사람 모두 알던 지인이 “일단 한번 만나보라”고 해서 이뤄진 소개팅이었다. 엠호프는 지난 5월 한 인터뷰에서 “해리스에게 첫눈에 반했다”며 “데이트가 끝날 무렵 우리는 이미 둘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고 했다. 첫 데이트가 끝난 뒤 엠호프는 앞으로 몇 달 동안 만남이 가능한 모든 날짜를 이메일로 보냈다고 한다.

해리스도 이런 엠호프의 ‘직진’이 싫지 않았다. 2019년 쓴 자서전 ‘우리가 가진 진실’을 보면 엠호프에게 “나는 게임을 하거나 공을 숨기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다”며 첫 소개팅 뒤 흔히 벌어지는 남녀 간의 ‘밀고 당기기’는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두 사람이 이탈리아로 휴가를 떠나려던 중 해리스의 아파트에서 엠호프가 “당신과 평생을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해리스는 “내가 고개를 들었을 때 엠호프는 이미 한쪽 무릎을 꿇고 있었다. 눈물을 흘리며 승낙했다”고 했다. 엠호프의 두 자녀 콜과 엘라는 해리스를 ‘새 엄마’가 아닌 애칭 ‘마멀라(Momala·엄마를 뜻하는 ‘맘’과 카멀라의 합성어)’라고 부른다. 해리스가 2011년부터 캘리포니아주 법무 장관으로 일하는 등 활발히 사회생활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남편 성을 따르지는 않았다고 알려졌다.

두 사람이 결혼한 뒤 해리스는 2017년 상원 의원이 됐고, 2021년엔 사상 첫 여성 부통령에 올랐다. 이 기간 해리스가 이렇게 승승장구한 비결에는 엠호프의 ‘외조’가 있었다는 평가가 많다. 로스앤젤레스(LA)에서 30년 넘게 쌓아 올린 법조 경력이 있었지만 상원에 입성한 해리스가 워싱턴 DC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지자 엠호프도 본거지를 옮겼다. 해리스가 부통령이 되면서는 이해 상충 문제를 고려해 수백만 달러 연봉을 받던 로펌 파트너를 그만뒀다. 이후 조지타운대 법학대학원에서 강의를 하며 튀지 않고 묵묵히 낮은 자세를 유지했다. 엠호프는 지난 6월 CBS에 출연해 “해리스 주변에는 그녀의 역할에 대해 조언해주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며 “나는 해리스의 남편으로 아내를 지원해 주고 곁에 있을 뿐”이라고 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에서 물러난 직후 할리우드 스타들의 해리스 지지 선언이 이어지고 있는 데에는 엠호프의 역할이 적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23일 진보 진영에서 영향력이 막강한 조지 클루니가 “우리 모두는 해리스의 역사적 임무 수행을 지지하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게 돼 매우 기쁘다”라고 했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창업자 겸 회장,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로 유명한 작가 겸 프로듀서 숀다 라임스, ‘로스트’를 연출한 데이먼 린들로프, 가수 비욘세 등의 지지도 잇따랐다. 블룸버그는 “LA에서 엔터테인먼트 분야 변호사 활동을 오랜 기간 해온 엠호프는 할리우드와 이미 유대가 있다”며 그의 역할을 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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