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비행기가 결항이 됐어요. 그래서 제 인생에서 처음으로, 아니 기사 분이 운전해 준거죠. 차를 타고 밤새 고속도로를 10시간 달렸답니다.”
월드투어에 나선 가수 아이유(31)의 세 번째 미국 공연이 22일 워싱턴DC 도심의 ‘캐피털 원 아레나’에서 열렸다. 프로농구(NBA) 구단 워싱턴 위저즈의 홈 구장이자 세계적 톱스타들의 공연이 열리는 장소다. 이번 공연은 입장권 판매가 시작될 때부터 미국 언론과 팬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특히 팬들을 감동시킨 것은 비행기가 결항되자 차로 10시간을 달려 공연장까지 온 아이유의 ‘진심’이었다.
지난 19일 발생한 마이크로소프트(MS) 클라우드 서비스 장애 여파로 미국 공항에서는 항공편 결항이 며칠째 계속되고 있다. 애틀랜타 공연을 마치고 아이유가 타려던 워싱턴DC행 항공편도 취소되자 약 1000㎞ 거리를 밤새 달린 것이다. 공연에서 이 에피소드를 영어로 소개한 아이유는 “매우 힘들었지만 오프닝에서 여러분의 함성을 들으니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자 관중석에서 함성이 쏟아졌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X(옛 트위터)에서 “마음씨가 너무 고맙다” “아름다운 밤이었고, 오늘 그녀는 공주였다” 같은 호평이 이어졌다.
아이유는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했다. 이날 공연은 “내 이름은 아이유고, 처음 이렇게 만나게 돼 너무 반갑다 워싱턴”이라는 말과 함께 공연이 시작됐다. 올해 2월 발매돼 아이유가 직접 가사를 쓴 ‘홀씨’를 시작으로 ‘셀러브리티’ ‘에잇’ 너의 의미’ ‘밤 편지 ‘너랑 나’ 등 대부분의 히트곡을 아울렀다. 특히 공연 말미에 관객들이 ‘너의 의미’를 떼창한 모습이 장관이었다. 2014년 아이유와 나이 차이가 40살에 이르는 김창완씨가 함께 불러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는 듀엣곡이다. “슬픔은 간이역에 / 코스모스로 피고 / 스쳐 불어온 넌 / 향긋한 바람 / 나 이제 뭉게구름 / 위에 성을 짓고 / 널 향해 창을 내리 / 바람 드는 창을….”
이번 공연은 2008년 열다섯 살의 나이로 데뷔한 아이유가 가수 생활 16년 만에 처음 하는 미국 투어다. 싱어송라이터에서 드라마, 영화 배우까지 주로 한국을 중심으로 활동해 온 아이유가 ‘글로벌 아티스트’로 미국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을지 가늠해 볼 수 있는 시험대이기도 하다. 3시간에 걸쳐 총 25곡을 부른 아이유 본인도 감개가 무량한 듯 했다. 이날 현장에는 아이유의 부모와 조카 등 가족들도 함께했다고 한다. 아이유는 노래 ‘쇼퍼’를 부른 뒤 “솔직히 이 정도 (반응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조심스럽지만 역대 최고의 ‘쇼퍼’ 무대 중 하나였다”며 90도로 허리를 숙이는 ‘폴더 인사’를 했다. 그가 조카를 호명하며 “이모가 이 정도야” “조카 앞에서 체면을 차리게 해줘서 정말 고맙다”라고 말하자 객석에서 웃음이 쏟아졌다.
공연은 끝났지만 미국 네티즌들은 X(옛 트위터)에서 아이유가 10시간이나 차를 타고 공연장까지 달려온 점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애틀랜타에서 DC까지 오려면 고문이었겠다” “마음씨가 너무 고맙다” “아름다운 밤이었고, 오늘 그녀는 공주였다”는 호평이 쏟아졌다. 이번 공연의 티켓 가격은 가장 싼 것이 300달러(약 41만원) 내외였고, ‘명당’으로 불리는 로열석은 2000~3000달러(약 270~415만원)에 육박했다. 아이유는 일리노이주 로즈먼트(7월 25일),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7월 30일)와 로스앤젤레스(8월 2일)에서 남은 미국 공연을 이어간다. 모두 올림픽체조경기장보다도 규모가 큰 아레나 공연장에서 열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