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 퇴진 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 자리를 사실상 예약한 가운데, 해리스의 등장과 함께 5년 전 종영한 한 드라마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2012년 4월부터 2019년 5월까지 방영됐고, 한국에선 ‘부통령이 필요해’란 이름으로 알려져 웨이브·왓챠에서 시청이 가능했던 HBO 드라마 ‘빕(Veep·부통령을 뜻하는 말)’이다. 이 작품은 줄리아 루이드라이퍼스(63)가 연기한 여성 상원의원 셀리나 마이어가 부통령이 되고, 갑작스레 연임을 포기한 대통령 자리를 승계받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현재의 정치 상황을 예견이라도 한 듯한 시나리오에 “이 작품은 다큐”라는 폭발적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이 작품은 현재 워너미디어의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인 ‘HBO 맥스’에서 볼 수 있다. 스트리밍 시청률을 집계하는 루미네이트 데이터를 보면 바이든이 연임 도전 포기를 밝힌지 하루 뒤인 22일 첫 시즌 시청 시간이 48만 6000분에서 220만 분으로 353%나 폭증했다. USA투데이는 “엄청난 수치”라고 했다. 이 시트콤 형식의 정치 드라마는 총 7개 시즌으로 구성돼있다. 드라마 프로듀서인 데이비드 만델은 X(옛 트위터)에서 “(인기 만화 영화인) 심슨 가족도 해리스의 상승 가능성을 예측했을지 모르지만 ‘빕’도 섬뜩할 정도로 비슷하다”고 했다.
특히 화제가 되는 장면은 극중 대통령인 스튜어트 휴즈가 배우자의 정신 건강을 이유로 갑작스레 사임한 뒤 나온 주인공 마이어의 반응이다. 보좌관들을 모아 놓고 “대통령은 연임하지 않을 거다” “내가 출마할 것이고 이건 진짜다”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데, 이 장면이 현실 정치와 겹쳐 보이며 시청자들의 발칙한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이 영상에는 “이 드라마는 다큐멘터리였다” “누군가 현실과 이 드라마 간의 벤다이어그램을 하나 만들어달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주연 배우인 루이드라이퍼스가 2020년 민주당 전당대회 때 사회자로 등장했던 점도 흥미롭다. 그는 이 해 대선에서 자신이 맡은 배역과 비슷한 경력을 갖고 있는 해리스가 부통령에 당선되자 응원과 환영의 메시지를 전했다. 제작자인 아르만도 이안누치는 “우리가 다 지어낸 이야기라는 점을 잊지 말라”면서도 “만약 당신이 이 드라마를 본 적이 없다면 지금이 보기에 나쁜 시간이 아니다”라고 했다. 숨막히는 OTT 시장 경쟁 속 HBO 맥스도 간만에 물이 들어오자 노를 젓고 있다. 5년 전 방영된 이 작품을 대문에 걸어놓고 시청자들의 관심과 클릭을 유도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2020년 개봉한 넷플릭스 영화 ‘힐빌리의 노래’ 역시 J.D. 밴스 상원의원의 공화당 부통령 후보 지명과 함께 미국 내 ‘인기 있는 영화 TOP10′ 리스트에 4년 만에 다시 진입해 있는 상태다. 이 영화는 2016년 밴스가 쓴 자전적 에세이이자 베스트셀러인 동명(同名)의 회고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에이미 애덤스와 글렌 클로즈가 열연을 했고, 아카데미상을 받은 론 하워드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