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대선에서 연임 도전을 포기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4일 “새로운 세대에게 횃불을 전달하는 게 내가 해야 할 일”이라며 “남은 6개월 잔여 임기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바이든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생중계된 11분 연설에서 “대통령직보다 미국이 더 중요하고 이 자리를 경외하지만 우리나라를 더 사랑하며, 개인적 야망을 포함해 그 어떤 것도 민주주의를 지키는 데 방해가 될 수 없다”며 후보 사퇴 결심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고, 우리의 통합을 완성하는 이 신성한 임무는 여러분의 가족과 미래, 우리 국민에 관한 것”이라고 했다. 앞서 바이든은 대선 출마 의지를 고수하던 지난 17일 네바다주 유세 도중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이후 21일 대선 후보 사퇴 방침을 밝히고 자신의 자리를 대신할 민주당 후보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공개 지지했다. 이날 백악관 연설은 바이든이 자신의 후보 사퇴로 대선 구도가 요동친 뒤 가진 첫 공개 일정이었다.
바이든은 내년 1월까지 남은 임기 동안 자신이 진두지휘해 온 대내외 정책 실행에 힘을 쏟겠다는 뜻을 강력히 시사했다. 그는 “일하는 가정을 위해 생활 비용을 계속 낮추고 우리의 경제를 성장시키겠다”며 “투표권부터 선택권까지 개인의 자유와 시민의 권리를 계속해서 지켜낼 것”이라고 했다. 대외 문제에 있어서 “가자지구에서 전쟁을 끝내고 인질을 데려오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우크라이나를 장악하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멈추기 위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등 자랑스러운 국가의 연합을 계속 단결시킬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은 “우리 정부가 국가 전체를 완전히 다시 세우고 있다”고 자평하며 “대외·대내 정책 모두 최선을 다해 가능한 한 많은 것을 이루겠다”고 했다. 조지 워싱턴, 토머스 제퍼슨, 에이브러햄 링컨 등 역대 대통령을 호명한 뒤 “대통령직을 수행한 것은 영광이었다”고도 했다.
바이든은 해리스에 대해 “경험이 풍부하고 강력하며 능력 있는 리더”라며 “나는 내 의견을 이미 말했고, 이제 선택은 여러분의 몫”이라고 했다. 이날 연설에서 바이든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와 공화당을 간접적으로 겨냥한 듯 “전진과 후퇴, 희망과 증오, 통합과 분열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이라며 “미국의 위대한 점은 왕이나 독재자가 통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