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전 세계 가상화폐(cryptocurrency) 시장의 수도이자 비트코인 수퍼 파워(강대국)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절대 비트코인 팔지 마세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로 나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7일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비트코인 2024 콘퍼런스’ 연설에서 이같이 외치자 참석자 수천명이 환호성을 질렀다. 이날 트럼프 발언 직후 비트코인 가격이 치솟으면서 가상화폐 시장은 크게 들썩였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유력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역시 가상화폐 이슈를 핵심 공약으로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해리스 부통령이 가상화폐 업계와의 대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27일 보도했다. 새로운 테크(기술)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른바 ‘친(親)기업’ 이미지 구축을 위한 시도로 해석된다. 이처럼 미국에선 대선을 3개월여 앞두고 좌우(左右) 진영의 후보가 가상화폐 시장에 구애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상 자산 규제 문제가 선거 핵심 의제로 떠오른 것이다.
◇트럼프, “미국을 비트코인 강대국으로”
트럼프는 이날 “미 정부는 비트코인 투자자는 다 아는 기본적인 규칙인 ‘비트코인을 절대 팔지 말라’는 원칙을 오랫동안 어겨왔다”며 “연방 정부가 보유한 가상 자산을 절대 매각하지 않고 전략적으로 보유하겠다”고 했다. 트럼프는 “100여 년 전의 철강 산업과 마찬가지로 다른 나라가 아닌 미국에서 가상 자산을 채굴하고 만들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이어 “우리가 가상 자산과 비트코인 기술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중국과 다른 나라들이 그럴 것”이라며 “우리는 중국이 장악하게 둘 수 없다”고 했다.
트럼프는 또한 “재선할 경우 취임 첫날 게리 겐슬러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을 해고하겠다”며 “미국의 미래를 막는 게 아니라 미래를 건설해야 한다고 믿는 새 SEC 위원장을 임명하겠다”고 했다. ‘가상 자산 자문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도 공약했다. 겐슬러 위원장은 가상화폐 산업 규제를 앞장서서 추진해 온 인물이다. AP는 “트럼프는 50분간 이어진 연설 내내 자신의 ‘가상화폐 공약’을 조 바이든 현 행정부의 가상 자산 규제와 대비시켰다”며 이번 연설이 가상화폐 지지자들의 표심(票心)을 구애하기 위한 차원이었다고 분석했다. 그가 가상화폐에 우호적인 발언을 쏟아내자 한때 비트코인 가격은 6만9000달러(약 9560만원)를 돌파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2019년까지만 해도 “비트코인은 진짜 돈이 아니다”라며 가상화폐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그러나 미 언론들은 “이번 대선을 앞두고 가상화폐 투자자들의 표심을 의식한 듯 지난 5월부터 가상화폐 옹호로 입장을 선회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5월부터 최근까지 400만달러(약 55억4000만원) 이상의 가상화폐 기부금도 끌어모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당초 가상화폐 업계 일각에선 트럼프가 이날 미 정부의 ‘준비 자산’에 비트코인도 포함하겠다고 밝힐 것이란 기대도 나왔지만, 이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중앙은행이나 정부가 외환시장 안정 등을 위해 언제든 사용할 수 있도록 보유 중인 자산을 뜻하는 ‘준비 자산’에는 통상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나 금 등이 포함된다. 이번 대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는 전날 콘퍼런스 연설에 나서 비트코인을 ‘준비 자산’에 포함하겠다고 밝혔었다.
◇”해리스도 가상화폐 업체들과 접촉 시도”
트럼프와 이번 대선에서 맞붙게 될 민주당의 해리스도 가상화폐 업체들과 수일 내로 대화를 추진하기 위해 캠프를 통해 연락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하면서, 해리스 측이 접촉하고 있는 업체엔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와 스테이블코인(달러 등 법정 화폐에 가치가 연동되는 가상화폐) 발행사 서클, 가상화폐 ‘리플’의 발행사 리플랩스 등이 포함돼 있다고 했다.
해리스는 가상화폐 업계와 민주당의 관계를 ‘재설정’하는 게 목적이라고 FT는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한 규제 정책으로 민주당에 등을 돌린 가상화폐 종사자 및 투자자들의 지지를 얻으려 한다는 분석이다. 해리스 캠프에 조언을 제공해 온 외부 고문들은 “해리스 부통령이 미국 재계 고위 간부들 사이에서 민주당이 ‘반(反)기업적’이라는 인식을 바꾸기를 원한다”고 했다.
미 정치 매체 폴리티코는 “암호화폐에 우호적인 민주당원들은 해리스가 (바이든과 비교해) 더 부드러운 접근법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해리스가 젊은 데다가 기술 친화적인 캘리포니아에 (정치 경력)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을 낙관적인 이유로 꼽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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