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와 청소년을 소셜미디어 중독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법안이 지난 30일 미국 연방 상원에서 통과됐다. 유튜브·메타(페이스북)·X(옛 트위터)·틱톡 등 소셜미디어 운영사가 미성년자를 유해 콘텐츠로부터 보호하도록 의무화하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법적 책임을 부과하도록 한 법안이다. 뉴욕타임스는 “소셜미디어가 유발할 수 있는 정신 건강 장애, 학대, 성적 착취 등으로부터 미성년자를 보호하도록 강제하는 ‘주의 의무(duty of care)’를 부과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소셜미디어 회사들이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콘텐츠를 걸러내지 못하거나 기능을 제한하지 않을 경우 책임을 지게 될 수 있다”고 했다. 무한히 반복되는 자동 재생, 개인의 관심을 묶어두기 위한 알고리즘 등 청소년 중독을 유발한다고 알려진 기능들을 사용자가 거부하게 하는 방안도 법안에 포함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소셜미디어가 청소년 정신 건강 문제를 유발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고 (소셜미디어 때문에) 우리 아이들은 온라인 무법천지에 노출돼 있다. 사익을 위해 아이들을 대상으로 ‘전국적 실험’을 하고 있는 빅테크 업체에 책임을 묻기 위해 의회 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법안은 야당인 공화당이 다수인 하원 통과를 남겨두고 있긴 하다.
미 상원은 이날 찬성 91명, 반대 3명으로 ‘어린이 및 10대 온라인 프라이버시 보호 법안’ 및 ‘어린이 온라인 안전 법안’ 두 건을 처리했다. 법안이 규정한 소셜미디어의 ‘유해 콘텐츠’엔 괴롭힘·폭력, 자살 조장, 음식물 섭취 장애, 약물 남용, 마약·담배·술 등 불법 제품 광고 등이 포함된다. 법안은 아울러 미성년자를 겨냥한 맞춤형 광고를 금지하고, 부모 또는 미성년 사용자 자신이 소셜미디어에 저장된 개인 정보를 언제든 삭제할 수 있는 이른바 ‘지우기 버튼’을 만들도록 했다.
이 법안은 3년 전 ‘자사의 서비스가 청소년들의 건강 문제를 악화시키는 것을 페이스북이 알고 있다’는 내부 고발자 폭로가 나오고 나서 추진됐다. 이후 소셜미디어에서 사이버 괴롭힘을 당하다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인스타그램에서 활동하는 마약상으로부터 구한 펜타닐(마약성 진통제) 중독 후 사망한 청소년의 부모 등이 정치권에 법안 통과를 압박해 왔다. 지난 1월엔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스냅의 에번 스피걸, 틱톡의 추쇼우즈 등 주요 소셜미디어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한 가운데 연방 상원 청문회가 열렸다. 당시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여러분은 손에 피를 묻히고, 사람을 죽이는 상품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법안 통과를 주도한 마리아 캔트웰 민주당 상원의원은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2022년 한 해 동안 미국 미성년자에게서만 110억달러(약 15조2000억원) 수익을 거뒀다”고 했고, 같은 당 리처드 블루먼솔 상원의원도 “의회가 마침내 수십 년 동안 완전히 무책임하고 무모했던 산업에 어느 정도의 책임을 부과하게 됐다”고 했다.
AP는 “미성년자를 보호하도록 하는 온라인 개인 정보 규제 강화, 인공지능(AI) 사용 증가에 대한 조건 설정 등 다른 법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법안이 법제화되려면 공화당이 다수인 하원을 통과해야 하는데, ‘표현의 자유’를 들어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마이크 존슨 하원 의장은 이날 “합의점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면서도 “법안을 살펴보고 있고, 투표 일정을 잡은 것은 없다”고 했다. 마이크로소프트·X·스냅 등은 법안에 찬성 의사를 밝혔지만, 구글·아마존·메타 등이 회원사로 있는 소셜미디어 기업 연합 ‘넷초이스’는 “사이버 보안·검열·위헌 가능성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미성년자의 소셜미디어 이용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이미 미국의 각 주(州)에선 규제가 속속 도입되고 있다. 플로리다주는 지난 2월 16세 미만 미성년자의 신규 계정 개설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앞서 유타·아칸소주도 미성년자가 소셜미디어를 이용하거나 계정을 만들 때 부모 동의를 구하도록 한 법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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