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은 6일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로 팀 월즈(60) 미네소타 주지사를 지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월즈는 민주당 내에서도 친노동·친서민 색채가 뚜렷한 정치인으로, 부통령 지명을 놓고 숙고를 거듭한 해리스가 본인의 약점을 보완할 ‘방어형 인선’ 대신 지지층을 결집할 ‘공격형 인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11월 대선은 민주당의 해리스·월즈 대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J.D. 밴스 구도로 치러지게 됐다. 월즈는 “일생의 영광이고 이번 선거에 모든 것을 걸었다”며 “마치 학교에 등교한 첫날 같다. 함께 해보자!”라고 했다.
해리스는 이날 월즈 지명 소식을 발표하며 “중산층 가정을 위해 싸워온 그의 신념이 얼마나 깊은지 알고 있고, 가족에 대한 헌신이 인상 깊었다” “우리는 훌륭한 팀을 구축할 것이고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겠다”고 했다. 월즈는 1964년 네브래스카주 웨스트포인트에서 태어났다. 농사를 짓고 사냥도 했던 시골마을 출신이다. 6·25전쟁 참전 용사인 부친이 폐암으로 별세하기 직전 19세였던 월즈에게 군 입대를 권유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1981년 주방위군(비상근)에 입대했다. 20년 넘게 공립학교 지리 교사로 일했고 풋볼 코치 경력도 있다. 1994년 동료 교사인 그웬 위플과 결혼하고 2년 뒤 배우자 고향인 미네소타로 거처를 옮겼다. 네브래스카·미네소타 주방위군에서 도합 24년 복무했다.
월즈는 2006년 미네소타주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해 내리 6선을 했다. 미국 대선이 치러진 2004년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의 선거 유세에 학생들을 인솔해 참석했는데, 학생 중 한 명이 민주당 후보 스티커를 지갑에 붙이고 있었다는 이유로 입장을 거부당했다. 월즈는 여기에 격분해 다음날 존 케리 민주당 후보 선거캠프 자원 봉사에 나섰고, 이때 경험이 정계에 진출하는 계기가 됐다. 2018년과 2022년엔 주지사 선거에 출마해 승리했다. 주지사 재임 중 기호용 마리화나 합법화, 낙태권 보호, 성소수자 보호 확대, 주내 학생들에 대한 무상 급식, 중산층 세금 감면, 근로자 유급 휴가 확대 같은 진보적 정책을 관철시켰다. “미네소타를 미국에서 가족을 부양하기 가장 좋은 주로 만들겠다”는 것이 그의 직무 수행 모토였다. 헐렁한 티셔츠와 야구모자를 즐겨쓰고, 주민들과도 자주 친근하게 대화를 나누는 등 아저씨 같은 서민적 이미지도 월즈가 갖고 있는 강점으로 꼽힌다. 트럼프 선거 캠프는 “월즈는 위험하게 진보적이며 사기꾼인 해리스보다 더 나쁘다”며 “역사상 최악의 부통령이 될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공화당 성향의 미네소타 남부 광활한 농촌 지역을 대표했던 월즈는 민주당에 등을 돌리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치적 부상을 도운 백인 노동자 유권자들에게 호소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 다만 전국적인 인지도는 높지 않은 편이어서 WP는 “역사적 혼란에 휩싸인 선거를 불과 3개월 앞두고 본인을 알려야 하는 시급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했다. 지명을 앞두고 월즈가 방송에 출연해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 부통령 후보 J.D. 밴스를 “기괴한 녀석들”이라고 부른 후로는 이 발언이 밈(meme·우스개)처럼 퍼지며 인기를 끌었다. CNN은 “선거 캠프 직원들 사이에서 월즈에 대한 인기가 매우 높았다”고 했다.
월즈는 6일 저녁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의 필라델피아로 이동해 해리스와 첫 합동 선거 유세를 펼칠 계획이다. 이어 위스콘신, 미시간, 노스캐롤라이나, 애리조나, 네바다 등 이번 대선의 승패를 좌우할 경합주를 모두 훑을 예정이다. 월즈는 19~22일 시카고에서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 때 부통령 후보로 공식 지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