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미 대선에서 민주당 부통령 후보로 나서는 팀 월즈(왼쪽) 미네소타 주지사가 7일 위스콘신 유세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소개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 대선 민주당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팀 월즈(Walz) 미네소타 주지사의 재정 자료가 7일 공개되면서 주식과 부동산, 채권, 암호 화폐 등을 전혀 보유하지 않은 그의 재산 내역이 화제가 되고 있다. 월즈는 유명 정치인들이 흔히 하는 연설이나 저서 출간 계약에 따른 수익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재산 신고서에 따르면 월즈와 배우자 그웬 부부의 순자산은 11만2003달러에서 33만달러(약 1억5400만~4억5400만원)로 추정된다. 월즈 부부는 주지사에 취임한 그해 미네소타 맨케이토의 자택을 31만5000달러에 팔고 관저로 이사했다. 현재 부부가 소유한 집도 없다는 뜻이다. 유일한 투자 자산은 교사 경력으로 받는 연금이다.

월즈의 재산 내역이 공개되자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밴스와 비교하는 기사가 쏟아졌다. 밴스는 주택을 여러채 보유하고 있고, 금과 암호 화폐를 포함해 다양한 자산에 투자해온 수백만달러 자산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밴스 부부의 순자산은 400만~1040만달러 정도로 추정된다”고 했다. 소셜미디어에선 “좌우(左右) 이념의 극단에 있는 두 명이 재산도 극과 극”이라는 평가가 잇따라 나왔다.

깡촌 촌놈이라 얕보지 마소 - 민주당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가 7일 대표적 경합주인 위스콘신주 유세 현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월즈의 소탈한 면모가 부각되는 가운데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월즈는 비범할 정도로 평범하게 살아왔다”며 다른 정치인들처럼 정치에서 정상만을 추구하지 않은 것이 바로 부통령 후보 자리에 오른 비결이라고 분석했다. 또 “월즈는 아이비리그 졸업장도 없고 정치적 회고록을 쓰지도 않았으며 40세가 되기 전까지는 정치 경력에 관심을 갖지도 않았다”고 했다.

월즈는 중서부 네브래스카주(州)의 인구 3500명에 불과한 웨스트포인트에서 태어났다. 옥수수밭이 끝없이 펼쳐진 농촌 뷰트로 이사 간 뒤 10대 내내 학교 관리자였던 아버지와 농장에서 일했다. 주말에는 가족·친척들과 함께 칠면조 사냥을 즐겼다. 고등학교 재학생 25명 중 12명이 사촌일 정도로 작은 마을(인구 285명)이었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데이트 상대 구하기가 정말 힘들었다”고 농담했다.

19세에 아버지가 폐암으로 사망하자 상심한 그는 수개월간 텍사스·아칸소주를 떠돌면서 선탠용 침대를 만드는 공장에서 일했다. 고향 네브래스카로 돌아와 지역 채드론 주립대에서 교육학을 전공한 뒤 1년간 중국에서 미국·영국 역사를 가르쳤다. 32세에 배우자의 고향인 미네소타 소도시 맨케이토로 이사했고 20년 넘게 공립학교 지리 교사로 일했다. 지역 풋볼 코치로 일하면서 팀을 주 챔피언으로 이끌었다.

이런 인생사를 두고 미 언론들은 “평범한 미국인이 친근하게 느낄 만한 편안함과 미소, 소박한 스타일이 해리스 부통령의 주목을 끈 비결”이라며 “민주당이 소수 백인 엘리트 계층을 대변한다는 이미지를 깨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공화당 대통령 후보이자 뉴욕 출신 억만장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예일대 로스쿨과 실리콘밸리 벤처투자자 출신 야심가인 부통령 후보 J D 밴스 상원의원과도 뚜렷한 대조를 이루면서 경합주 노동자 계층의 표심(票心)에 호소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해리스 선거 캠프는 홈페이지에서 푸근한 느낌의 카키색 ‘해리스·월즈’ 모자를 40달러(약 5만5000원)에 팔기 시작했다.

털털하고 온화한 이미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지만 월즈는 기민한 정치적 감각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2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미네소타주 상·하원 과반을 차지한 직후 그는 낙태 문제, 기후 변화, 경제 정책, 무상 급식 등 전방위 분야에서 선명한 진보 법안을 대거 통과시켰다. 미 정치 매체 폴리티코는 “자신이 자란 시골 노동자 마을이 아니라 도시의 강성 진보층에서 인기가 높은 정책들이었다”며 “자신을 부각하는 법을 터득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트럼프와 밴스를 겨냥해 “이상하다(weird)”고 했던 표현도 지지층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해병대 출신인 밴스는 경합주 위스콘신 유세에서 월즈가 파병을 기피했다고 주장하며 본격 견제에 나섰다. 밴스는 “해병대에서 조국을 위해 이라크에 가라고 요청했을 때 나는 그렇게 했다”며 “월즈는 이라크에 가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군대를 나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월즈는 지난 2005년 2월 하원의원 출마를 결심한 뒤 그해 5월 제대했다. 월즈의 부대가 이라크 파병 지시를 받은 것은 7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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