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의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이번 대선의 승패를 좌우할 핵심 경합주 세 곳(미시간·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에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앞서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 1년 동안 민주당과 공화당이 동률을 기록했거나 트럼프가 약간 앞섰던 세 개 주(州)의 지지율이 역전된 것이다.
민주당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인지력 논란 등으로 재선을 포기하고 해리스가 후보로 확정된 후 민주당 지지자들이 빠르게 결집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경합주들은 2016·2020년 대선 결과를 좌우한 이른바 러스트 벨트(rust belt·쇠락한 공업지대)에 속한 지역으로, 바이든 사퇴 전까지는 트럼프가 강세였다.
8일 공개된 뉴욕타임스(NYT)·시에나대 여론조사(지난 5~9일 실시)를 보면 해리스는 경합주 세 곳에서 모두 지지율 50%를 기록해 46%에 그친 트럼프를 4%포인트 차로 앞섰다. 이번 조사는 각 주 등록 유권자 1973명을 대상으로 했다. 지지율 격차가 오차 범위(±4.2~4.8%포인트) 내에 있긴 하다.
그럼에도 NYT는 이날 “해리스가 대선 판도를 바꿔놓았는지에 대한 의심이 남아 있었다면 이번 조사 결과가 이를 잠재웠다”면서 “새 구도로 치러지는 이번 대선 초반에 나온 경합주 여론조사가 대선 결과에 결정적인 경합주 세 곳에서 민주당이 이전에 비해 눈에 띄게 강세로 돌아섰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경합주 세 곳의 선거인단 수는 44명(총 선거인단 수는 538명)에 불과하지만 지금껏 이들 표심을 누가 얻느냐에 따라 대선 승패가 갈려왔다. 2016년엔 트럼프가, 2020년엔 바이든이 이들 선거인단을 모두 가져가면서 대선에서 승리했다. CNN은 “경합주 세 곳을 지키면 해리스가 선거인단 270명을 확보해 트럼프(268명)를 간발의 차로 이길 것”이라 전망했다. NYT는 “민주당의 새로운 강세는 해리스에 대한 유권자들의 인식 개선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호감도가 지난달보다 10%포인트 상승했고, 유권자들은 해리스가 트럼프보다 지적(知的)이며 통치하기에 적합한 기질을 가졌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당신이 선택한 후보’에 대한 만족도를 물었을 때 민주당 지지자의 87%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3개월 전 60%였을 때보다 27%포인트 증가했다. 공화당의 경우 같은 질문에 ‘만족한다’는 답이 79%로 민주당보다 낮았고, 3개월 전 대비 증가 폭도 5%포인트로 비교적 낮았다.
이 세 주 외에 남부에 있는 경합주(애리조나·네바다·조지아, 선거인단 총 33명)는 트럼프 강세가 두드러진다고 평가돼 추가 여론조사가 많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전날까지 중부 러스트 벨트에서 사흘간 유세한 해리스는 9일 이 중 하나인 애리조나주를 찾아 남부 주 공략에도 나섰다. 약 1만2000명이 모인 가운데 “나는 트럼프 같은 유형을 잘 알고 있다” “트럼프가 백악관에 돌아온다면 그는 취임 첫날 독재자가 될 것” “헌법을 파기하겠다는 사람을 다시는 대통령 특권 뒤에 숨게 해서는 안 된다”며 공세를 펼쳤다. 이어 10일엔 서비스업 종사 비율이 높은 네바다주 유권자를 겨냥해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고객 응대 종사자들의 팁에 대한 세금을 없애겠다”고 했다. 이는 지난 6월 트럼프가 네바다 유세에서 먼저 내놓은 공약과 같다.
9일 트럼프는 몬태나주 보즈먼에서 유세했다. 100분 넘게 연설하면서 해리스를 향해 “멍청하고 오락가락하는 공산주의자 미치광이”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지난달 유세장에서 총격을 당했다가 극적으로 살아난 직후엔 과격한 언사가 다소 부드러워졌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다시 ‘막말’을 서슴지 않는 이전의 트럼프로 돌아갔다는 평가가 나왔다.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가 트럼프와 러닝메이트 J D 밴스 상원 의원을 여러 번 ‘괴상하다(weird)’고 표현해 호응을 이끌어냈는데, 트럼프는 이를 의식한 듯 “우리가 아니라 그들이 더 괴상하다” “월즈는 아주 기괴한 사람(very freakish)”이라고 받아쳤다.
☞경합주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한 정당의 압도적 지지를 얻지 못해 선거마다 결과가 바뀌는 주(州)를 말한다. 유권자 마음이 오락가락한다고 해서 ‘스윙(swing·그네) 스테이트’라고도 부른다. 미국 대선은 전통적인 양당의 강세 지역이 정해진 가운데 경합주 6~7곳 표심이 결과를 좌우해 왔다. 이번 대선에선 보통 애리조나·조지아·네바다·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미시간 등을 경합주로 보고 여론조사 기관에 따라 노스캐롤라이나를 넣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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