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도전 포기를 선언한 가운데 막후에서 자신의 퇴진을 유도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낸시 펠로시 전 연방 하원의장,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등에 여전히 불만을 품고 있다고 폴리티코가 14일 세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바이든은 19~22일 진보 아성(牙城)인 시카고에서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 첫날 연설을 하고 ‘횃불’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넘길 예정이다. 경합주 유세를 뛰기보다 남은 임기 반년을 마무리하는 데 집중하라는 당내 권유도 받은 상태다.
폴리티코는 이날 “바이든이 오바마가 자신에게 대선을 포기해야 한다고 직접 말하지 않은 것에 좌절감을 느끼고 있고, 자신을 문밖으로 내몬 무자비한 펠로시에 불만을 품고 있다”고 했다. 바이든은 지난 6월 27일 TV토론 참패 후에도 한동안 대선 완주를 고집했는데, 민주당 실력자이자 오랜 동료인 펠로시가 10일 MSNCB 방송에 나와 퇴진 가능성을 시사해 ‘후보 교체론’에 기름을 부었다. 한 백악관 고위 관리는 언론에 “바이든이 펠로시를 무자비하다고 생각한다”며 “도널드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를 막기 위해 오랜 관계를 기꺼이 제쳐두려 한다. 그녀는 항상 그랬던 사람”이라고 했다. 바이든보다도 두 살이 많은 펠로시는 오랜 세월 바이든과 의회에서 호흡을 맞추며 정치 여정을 함께해온 우군(友軍)이었다.
바이든은 최근 CBS와의 인터뷰에서 재선 도전 포기 배경을 설명하며 “내가 대선에 계속 남아있으면 펠로시의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를 인터뷰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정말 산만해질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바이든이 지난달 재선 도전 포기를 선언한 뒤 펠로시와 말을 하지 않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에 대해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12일 “바이든이 펠로시를 존경하고 나쁜 감정은 없다”고 했다. 최근 신간을 발표해 전국을 돌며 ‘북 투어’를 다니고 있는 펠로시는 “우리 가족은 3대(代)에 걸쳐 바이든을 사랑했다”며 “바이든을 존경하며 질 바이든 여사도 사랑한다”고 했다. 이어 에이브러햄 링컨, 토머스 제퍼슨 등 4명의 미국 대통령 얼굴을 조각한 사우스다코타주(州) ‘러시모어산’에 바이든 얼굴도 새기자고 주장했는데, 폴리티코는 “많은 민주당원들은 이를 바이든에게 보상하려는 시도로 보고 있다”고 했다.
바이든은 자신의 전 상사이자 오랜 동료인 오바마가 본인에게 직접 재선 도전에 대한 우려를 표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약간의 불만을 품고 있다”고 한다. 오바마는 TV토론 이후 바이든을 공개 지지하는 글을 X(옛 트위터)에 올렸지만 이후 침묵했다. 얼마 뒤 진보 진영에서 영향력이 큰 할리우드 배우 조지 클루니가 뉴욕타임스(NYT)에 바이든 재선 도전 포기를 촉구하는 칼럼을 실을 때도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았다. 폴리티코는 “바이든과 오바마의 관계는 항상 생각보다 복잡했다”며 “두 사람은 개인적으로 가까운 사이었지만, 바이든은 오랫동안 오바마 참모들이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했고 이들이 현 정부를 비판할 때 삐딱한 반응을 보였다”고 했다. 오바마는 2016년 바이든의 출마를 만류하고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손을 들어줬는데, 이후 바이든이 두고두고 섭섭함을 표시했다는 얘기는 미 정가에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