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트럼프 타워'에 민주당이 레이저로 투사한 반트럼프 문구가 나타나있다. /X(옛 트위터)

민주당이 18일 시카고 도심 한복판에 있는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소유 건물 외벽에 레이저를 이용해 반(反)트럼프 문구를 투사하며 ‘기습 공격’에 나섰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대선 후보로 공식 추인하게 될 민주당 전당대회를 하루 앞두고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벌인 일이다. NBC는 이날 “전당대회 개막을 하루 앞둔 일요일, 민주당전국위원회(DNC)가 반트럼프 캠페인 슬로건을 트럼프 타워에 투사했다”고 보도했다.

2009년 완공된 시카고 트럼프 타워의 정식 명칭은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 앤드 타워’다. 건물 이름은 뉴욕의 부동산 디벨로퍼 출신인 트럼프의 이름에서 따왔다. 시카고 도심 한복판 노른자위 땅에 있고, 시카고강에 접하면서 미시간호가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조망을 갖고 있다. 92층짜리 건물에 상업 시설, 5성급 호텔 등이 입점해 있는데 뾰족하게 솟은 첨탑을 포함하면 정상부까지 높이가 약 415m에 이른다. 트럼프가 이 건물을 짓고 수억 달러의 부채를 떠안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트럼프 일가가 소유한 부동산 기업 ‘트럼프 재단(Trump Organizaton)’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중요한 자산 중 하나다. 트럼프를 추종하는 이른바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인플루언서들이 이 건물을 배경으로 수많은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2014년 건물 남쪽 면에 6m 높이의 스테인리스 스틸 간판 ‘TRUMP’를 새겼다. 진보의 아성이자 이른바 ‘건축의 도시’인 시카고의 미관을 해치다는 지적이 나왔고, 민주당 소속인 람 이매뉴얼 시카고 시장이 강제 철거 가능성을 시사하며 트럼프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시카고에 있는 '트럼프 타워' 외관. /AP 연합뉴스

이날 민주당은 ‘트럼프·밴스 지옥처럼 이상한(weird as hell)’ ‘당신을 위해 싸우는 해리스·월즈’ ‘프로젝트 2025 본부’라는 문구를 건물 외벽에 레이저로 투사했다. “지옥처럼 이상하다”는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가 트럼프와 J D 밴스 상원의원을 공격하며 했던 말로, 이게 소셜미디어에서 밈(meme)으로 퍼지며 중앙 정치에서 무명(無名)이었던 월즈가 유명세를 치르는 계기가 됐다. ‘프로젝트 2025′는 미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이 추진한 차기 보수 정부 국정운영 청사진 개발 프로젝트다. 이는 재단의 오랜 관행이지만 낙태 등 일부 분야에서 급진적인 내용이 담겨 민주당에 공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트럼프 측은 “선거운동과 무관하다”며 거리두기를 했는데 해리스 측은 ‘낙인 찍기’를 지속하고 있다.

이날 레이저로 새긴 문구는 영어와 스페인어로 작성됐고 몇초마다 변경됐다. ‘트럼프·밴스가 스스로 퇴장하다’ ‘해리스·월즈는 기쁨이자 희망’ 같은 문구도 있었다. 트럼프 캠프는 이날 언론의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소셜미디어에선 “해리스가 한 방 먹였다” “트럼프가 굉장히 열 받았을 것” “민주당에 대한 소송도 고려해야 한다”는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